2023 문학세계를 읽고 / 이정호
문학세계가 벌써 31호째 출간되었다. 고원 선생님 살아 계셨을 때 책이 출판 되었던 것을 지켜 보았는데 그 명맥이 유지 되어서 31호가 탄생한 것이다. 책은 다방면의 문학을 아우른다. 수필, 시, 소설, 동시 그리고 특집칼럼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고원문학상을 받은 수준 높은 글들이 소개되어 진다.
장소현의 인공지능 문학에 대한 칼럼에서 그는 문학은 경쟁이 아니며 자기보다 글은 잘 쓰는 사람은 이 세상에 넘쳐 난다고 한다. 잘 쓰는 사람과 경쟁할 필요는 없고 설사 그것이 기계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사람다움을 지키고 ,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이 되는 일에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면 작가는 꾸준히 글을 쓸 것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또한 김경애의 재한동포문인협회 특집 칼럼에서는 한국과 중국 동포사회를 잇는 문학네크워크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지난 10년간 한국의 월간문학지, 한반도문학, 조선문학,문학의 강, 향토문학,, 서울문학, 숲 문학,한국문예, 국보문학등 간행물과 한국문학신문, 동복아신문, KBS한민족방송등 신문과 방송에 문학작품을 발표해 왔다고 한다. 또 중국의 문학지와 신문에 해마다 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고원문학상 수상작 문영애의 40에이커와 노새 한 마리에서는 미국 3대 대통령이고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토마스 제퍼슨에 대해 말한다. 그가 작성한 독립선언서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말이 있는데 그가 평생 소유했던 600여명의 노예는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의 뛰어난 지성인, 철학자, 평등주의자였지만 한편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글을 공부해왔어도 시는 나에게 어려운가 보다. 많은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이해하는 시는 2-3편 정도이다. 그 중에서 양기석의 낚시터에서는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낚시터에 갔다. 어른이 되어 나 홀로 낚시터에 다시 갔을 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음을 표현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정겨웠던 미소 뒤에 숨은 아버지의 무거웠던 짐이
은빛 비늘로 반짝여
잔물결이 그리움처럼
발밑에 밀려오고 밀려가고 있다.
신정순의 소설 가족사진은 재미있게 읽었다. 유치원 보조 영어 교사로 일하는 현주는 결혼정보소개소에 가 대타로 진우를 만나게 된다. 그는 시카고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서른셋된 청년이다. 미국 여자와 동거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타인종과의 결혼을 반대하며 그녀와 헤어지지 않으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팔아 넘긴다고 한다. 그래서 위장결혼을 하기위해 한국을 나왔다. 현주는 그 제안을 수락하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 후로 현주와 진우, 진우 아버지, 진우 여자친구 릴리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전개해 나간다.
문학세계 신인상을 받은 수필 부문 박영님의 아들의 길, 엄마의 길에서는 방황하는 아들, 사고를 쳐서 교도소까지 가게 된 아들을 어떻게 인내하면서 대학까지 졸업시켰는 가를 보여준다.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날이다. 졸업 가운을 입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늠름했다. 녀석은 가운을 벗어 나에게 입혀 준 다음 나를 안아 번쩍 들어주었다.
2023년 문학세계에는 많은 다채로운 장르의 문학이 실려 있다. 다음 호에서도 이민생활에서 생겨나는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지난해 <<문학세계>>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채로운 사람들이 엮은 여러 장르의 문학이 주는 감동은 언제나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