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 만나기 / 이정호
엘에이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지 않은 지가 오래되었다. 가까운 동네에 사는 친구도 있는데 몇 년을 만나지 못한 친구도 있다. 이곳 엘에이에 대여섯명의 고등학교 동기 동창이 있으니 그런대로 많이 와있는 셈이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일년에 한 두 번 정도는 만나는 것이 좋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이 만났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모두들 같이 만나자고. 그 친구가 가깝게 지내는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또 나는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연락처를 모르지만 나에게 연락처를 주면 내가 연락한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뭔가 불편한 게 있다고 만나면 말해 준다고 했다.
엘에이에 살지는 않지만 엘에이에 가족이 있어 이곳에 자주 오는 친구가 있다.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하니 5월 달에 온다고 한다. 그래서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 친구는 엘에이에서 40분 정도 떨어져 북쪽에 사는 친구이다. 정말 안 보지 오래된 친구이다. 내가 엘에이에 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만난 적이 있는 친구이다. 그때 같은 교회에 나가 서로 만났었다. 그때 그 친구가 자동차 세일즈를 했었는데 얼마 안 있다 그만 두었다.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가끔은 거짓말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자기는 그것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기야 그 친구는 내성적이고 약간은 수줍음이 있는 친구였다. 나중에 페인트 일을 한다고 들었다. 그 후로 연락이 끊기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와 친했던 친구가 엘에이에 왔었는데 그로부터 그 친구이야기를 들었다. 그를 만났는데 수영장 청소를 하는데 약품을 잘 못써서 그런지 피부가 손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를 보니 애처롭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연락이 안돼 온 그 친구의 연락처를 다시 알아내었다. 오랫동안 내 전화기에 그 친구의 연락처는 저장되어 있었다.
그래. 이제 만나지 않은 지도 오래 되었는데 우리는 나이를 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서로 연락해서 만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면서 그 친구에게 카톡을 했다. 얼마 있다 보니 그 친구가 카톡을 읽은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응답이 없었다. 나중에 해주려 나 하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이 되어도 응답이 없었다. 하루 더 기다리고 다음 날에 전화를 했다. 받지를 않았다.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반응이 없었다. 그 친구가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왜 연락을 하지 않는 걸까. 모두가 만나기 싫은 걸까.
마침 한국에서 몇 년 살다가 다시 미국으로 산다고 하면서 우리 동네로 온 친구가 있었다. 모두 세명이었다. 세명이서 오래 간 만에 식당에서 만났다. 기대했던 한 친구는 나오지 않았다. “그 친구에게 우리 모임 있다고 연락은 했니?” “했지” “안 나온다고 그래.” “ 그 친구는 만나는 사람만 만나.” 그러니 다른 친구가 말한다. “그런 친구들이 있어.” “꼭 만나는 친구들 하구만 만나고 다른 친구들은 만나지 않아.” 그러자 다른 친구가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 나오고 싶지 않아서 안 나온 것이니까. 나는 내가 너희들 만나고 싶어서 나온 것이고.”라고 말한다.
내가 물어보았다. “ 너 저번에 한 친구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왜 그러는 거야?” 그는 설명을 했다. 그가 하는 비즈니스에 연관이 되어서 불편한 일이 생긴 것이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데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이제 나이도 들어가고 살 날도 많이 남은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이해하고 생각해 주면 안 될까? 그리고 친구가 연락을 하면 최소한 반응을 주면 안 될까? 못 나간다면 못 나간다고 말 하는 것이 어떨까. 무조건 회피하는 것보다는.
그러게요. 만만한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기도 쉽지 않아요.
'최소한의 반응'도 하고 싶지 않을만한 불편한 이유가 아쉽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