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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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거주해온 여류작가 5人이, 시와 동화와 수필 그리고 단편소설로 구성된 작품집 「참 좋다」를(해드림출판사) 제1집으로 내놓았다. 이들 5人은 짧게는 20여 년, 길게는 40여 년을 이민자로 살아온 재외동포작가들이다. 정해정씨가 시와 동화를, 이정아씨와 박유니스씨가 수필을, 김영강씨와 윤금숙씨가 단편소설로 참여한 「참 좋다」는, 여타 동인지와는 달리 이들 구성원과 장르의 절묘한 조화가 흥미롭다. 각 장르의 대표 선(選)을 연상케 한 이 흥미로운 조화가 「참 좋다」를 개인 작품집처럼 무게를 느끼게 하며 또한 집중력 있게 한다.

 

이 땅을 등진 오랜 세월은 저자들의 작품에서 충분히 문화적 괴리감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경쟁하듯 5人이 펼치는 문학적 역량은, 작품성 높은 국내의 여느 그것과 비교해도 못한 점이 없다. 오히려 각 장르마다 녹아든 이국적 체험의 소재가 독자를 「참 좋다」로 몰입케 하며 이로써 국내 작품집보다 예술적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작품을 읽다보면 이들이 그 오랜 세월 외국에서 생활한 저자들인지 새삼 놀라게 되는데, 「참 좋다」가 특별히 빛이 나는 까닭이다. 예사롭지 않은 저자들의 이력에서 이미 조성된 문학적 토양을 계산할 수도 있겠으나 수십 년 세월의 괴리 앞에서 그것은 다소 허무할 뿐이다.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하는 예술이며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오랜 세월을 이민자로서 살았다면 언어를 포함한 모든 문화와 사고방식이 그 나라에 동화되어 고국 문학을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 재외동포작가 작품은 태생적 문화와 그 후천적 틈새에서 당연히 언어와 사고의 갈등을 겪는다. 이 충돌과 갈등을 극복해가며 뒤늦게 문학을 한다는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어서 이들에게는 창작의 이중고, 삼중고가 따른다. 이것이 재외동포작가들의 작품을 쉽게 다루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참 좋다」에서는 이런 이해조차도 어색하다.

 

 

2. 왜 ‘참 좋다’인지 궁금하다

 

왜 ‘참 좋은가’를 각자의 영역에서 바라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5인 저자가 밝힌 ‘관계’를 보면 셋은 대학 동문이며 둘은 같은 교회를 다닌다. 셋은 남편끼리 선후배 사이요, 또 다른 셋은 같은 신문사 공모전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고, 둘은 같은 수필잡지를 통해 등단하였다. 우선 이런 인연이 먼저 ‘참 좋다’로 묶였는데, “천지를 만든 후 창조주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지드가 마지막 남긴‘쎄 비엥(C`est bien 참 좋아)’, 천상병 시인의‘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등”과 같은 의식이 문학적 공감대로 번졌다. 결국, 고향을 떠나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에게‘참 좋다.’의 실현이 책까지 내게 한 것이다.

 

미주한국일보 정숙희 부국장이 말하는 이들의 비평이다. 물론 이민 사회가 그 배경이다. ‘위아래로 15년의 나이 차이를 가진 여자들이 5년 이상 매달 만나 함께 공부하며 책을 읽고 글을 나눠왔다는 것이다.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인으로 등단하고 나서 문단 활동을 하느라 문학 활동을 접는 사람이 적잖다. 글보다 말이 훨씬 앞서며 책 읽는 시간보다 남 헐뜯고 말 퍼뜨리는 일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흔한가 말이다. 더구나 말 많고 탈 많은 LA 문단에서 그 정도 세월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데는 숱한 시기와 질투와 뒷말에다 따돌림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었음을 아는지라 일견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오랜 세월 문단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글을 써온 이들은 유기농 문인들이고, 여기 묶은 글들은 무공해 작품들이다.’라며 이들의 ‘글과 사람됨의 합주’가 참 좋다는 것이다.

 

「참 좋다」에서 5인 낱낱의 작품은, 네오내오없이 일정 수준 작품이 모여 오색필(五色筆)을 이룬다. 이들 작품에서는 저자들의 문학적 유미(唯美)가 느껴질 만큼 역량이 노련하다. 그런 탓인지 이 5인 저자 가운데 어느 1인을 교체한다면 「참 좋다」의 존재가치는 사뭇 달라질 듯하다. 글을 보면 여기(餘技)로 쓴 글인지 문학적 근성이 밴 글인지 알 수가 있다. 취미로 시나 수필이나 소설을 쓸 수는 있지만, 취미로 문학은 할 수 없다. 「참 좋다」의 작품들은 행간마다 숨차게 호흡하는 의지와 승부를 보려는 듯한 고집이 느껴져 이들 5인 작가가 든든하다. 그래서인지 「참 좋다」의 5인 저자는 마치 선(選)작가 모임 같은 인상이 들어, 앞으로 재외동포 문학에서 새로운 전통이 서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