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내며 safe at home 방침으로 집에서 일을 한 지 2달이 되어간다.   Essential 한 것 이외에는 외출을 삼가라는 주지사의 지시대로 한두 번 마켓에 가고 식사 두세 번 주문해서 사 오는 일 외에는 외출도 안 하고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동네를 한 바퀴 돈다.  해뜰무렵이니 아무도 부닥치지 않으려니 하고 마스크도 안 쓰고 나간다.  집앞뜰에 핀 꽃들 앞에서 잠시 멈춰서서 보고, 새소리가 들리면 그 노래를 따라간다.  가끔 제비들이 하늘을 가르며 지나는 것도 보이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는 고국의 뉴스를 듣는다.  코로나상황이 어떤지에 관심이 크다.  서울 친정에 가 있는 아내와 친지들에게 줄 영향 때문에.

오전에 회사 일을 보다가 휴식 시간으로 또 동네 한 바퀴를 걷고 들어온다.  이때는 지나치는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져서 걷고 여전히 답답한 마스크는 생략하고.  걸으며 생각나는 친구에게 전화도 해본다.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걸었어라고 말문을 꺼내고는 근황을 주고받는다.

점심을 직접 차리거나,  귀찮으면 식당에서 주문해서 pickup을 하는데 마스크에 손 장갑 무장을 하는 것도 일이다.  결혼후 30여 년 부엌일이라고는 설거지도 못 해봤는데 몇 달 동안에 밥도 짓고 국수 삶아 짜장면이나 스파게티도 하게 되면서 메뉴가 몇 가지가 된다.

식사 중에는 주로 youtube를 통해 여행기를 본다.  안가본 곳을 골라서 잠시 딴 세상의 사는 모습과 자연경관을 스쳐 가 본다.  나와 전혀 다르게 사는 모습들을 보며 저렇게도 살 수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혼자 지내면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의식주를 제외하고.

꽃이나 하늘에 흩어져있는 구름을 보며 느끼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친지와 전화로 얘기하며 느끼는 서로 연결되어있음.

많은 것이 없이도 하루를 잘 보냈다는 마음으로 저녁을 맞게 된다.  더 더 하며 항상 부족한 듯이 쫓아다니던 즐거움은 어쩌면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이 아니었던가.  나에 대한 기대에 맞추려고 애쓰며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던가.

아름다운 꽃과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눈, 새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은 귀, 누구와 말할 수 있는 입, 걸어 다닐 수 있는 다리.  이미 다 갖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희랍인 조르바의 말이 떠오른다. 욕망의 추구에 얽매임으로 부터 벗어나는 자유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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