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


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라

   좋은 글쓰기의 요건은 자기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자기 목소리는 성찰적 글쓰기든 논리적 글쓰기든 어떤 종류의 글쓰기에서도 추구해야 하는 글쓰기의 궁극 요체이다. 자기 목소리는 자신과 타자를 성찰하고 더 나은 나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문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적 힘에서 길러진다.


   자기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는 단순히 생각하는 기술이라기보다는 모든 사안을 비판적으로 대하겠다는 태도나 의지에 가깝다. 그 핵심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다. 이유나 근거 없이 어떤 주장이나 결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이자, 집단적 판단이나 상식에 맞장구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예민한 감각과 분석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주체적으로 간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을 때 비판력이 싹튼다. 비판적 사고는 이미 만들어진 것’, ‘이미 주어진 것을 거부하겠다는 대결 의식과 저항 의식에서 길러진다.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는 기존의 주장, 기존의 방법, 기존의 해석, 기존의 증거와 정설을 문제시하고 거부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 세상은 완전하지 않다. 우리가 쌓아 올린 지성도 불완전하다. 세계의 불완전성이야말로 우리가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불완전한 세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차이를 만들며, 집단적 판단과 행동 뒤에 숨겨지거나 은폐된 또 다른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비판적인 사고이자 비판적인 글쓰기이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여섯 가지 방법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고 능력이나 현란한 글쓰기 기술을 추구하기 전에, 뜨거운 가슴, 우주를 꿈꾸는 마음, 인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해야 한다. 다른 인간과 자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자기 자신이 불쌍한 사람임을 자각하는 사람, 시시때때로 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비루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진리와 정의, 양심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애써야 한다.

다음은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기를 여섯 가지 방법이다.

 

1. 관찰하라

  관찰만이 진실을 발견한다. 글쓰기는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그것과 소통하는 것을 배워 가는 것이다. 관찰은 그저 쳐다보는 것이 아니다. 관찰하는 대상을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 사람들을 쳐다볼 때 오로지 그들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 몸매가 그럴듯한지만 본다면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관찰은 애정을 갖고, 집중해서, 사려 깊게 바라보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곤충학자 카를 폰 프리슈는 벌이 추는 춤을 해독해 벌의 의사소통 방법을 밝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사람이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발견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의 답변은 간단했다. “곤충들을 연구할 때 움직이지 않고 몇 시간씩 누워 끈질기게 관찰하는 것이지요. 단지 그것뿐입니다.” 그가 벌의 춤을 지켜본 기간은 무려 40년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훌륭한 미술가가 되려면 관찰력을 키워야 한다며 항상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며 대상을 관찰하고 드로잉할 것을 권했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만 무심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그래야 하는지 명확한 목적성을 갖고 사물을 볼 때 예리한 관찰을 할 수 있다.

 

2. 의심하라

   “?” 다섯 살쯤 되는 어린아이가 부모를 그 자리에서 얼어붙게 만드는 단 한마디이다.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해 계속 ?’라고 물어야 한다.

   의심해야 할 대상은 세 가지다. 첫째, 경험을 의심하라. 우리는 흔히 경험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정당화한다. 물론 개인의 경험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삶의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내가 직접 해 봐서 안다는 경험 제일주의는 위험하기도 하다. 미처 경험하지 못한 진실일 수도 있고, 타인의 경험이 나와 다를 수 있다. 나에게 진실이 타인에게는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 오감을 통한 경험은 착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잘못된 판단이나 불공평한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하지 말라.


  둘째, 언어를 의심하라. 글쓰기는 의미 싸움이다. 언어는 사회와 무관할 수 없다. 언어는 진공상태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불평등하다. 지금 우리가 쓰는 언어에는 이러한 불평등한 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서 자기 쪽으로 이불을 끌어당기듯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위미를 부여하려는 욕망이 언어()속에 투영된다. 언어는 대리석처럼 고정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글을 읽을 때, 글쓴이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언어를 취사선택한다는 점을 늘 의식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글에 등장하는 언어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어떤 효과를 노리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글쓴이는 자신의 목적에 맞게 진실을 곡하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감추거나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검소하다인색하다는 실제로는 비슷한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반사적으로 다른 감정을 일으킨다.

 

   셋째, 논리를 의심하라.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속임수나 조작을 간파하는 기술을 익혀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는 오류를 찾아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5단락 글쓰기를 예로 든다면 전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된 본문의 논거들이 결론과 비교해서 타당하게 연결되는지 평가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글들이 무지의 소치를 드러내거나 기만의 의도를 숨긴다. 어떤 것에 대해 막무가내로 거부하거나 무작정 신성시하지는 않았는지, 타당하지 않은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는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과장하여 상대방의 주장을 왜곡시키지는 않았는지, 사안과 관계없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는지, 권위나 관습에만 기대지 않았는지, 성격이 다른 논거들을 같은 것이라고 우기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3. 예민하라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예민해야 한다. 예민함이란 신경질적이고 병적인 증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상에 대한 살아 있는 감각과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 세상 모든 것에 새롭고 신기한 눈길로 쳐다보는 어린아이의 감각을 회복하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평범한 것을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날마다 새롭게세계를 감각하고 대상의 진면목을 발견하기 위해 자신의 잃어버린 감각을 복원해야 한다.

 

4. 망명자의 눈을 가지라

   망명자는 외부자도 아니고 내부자도 아니다. 망명자는 본인이 속한 공동체내의 편 가르기와 차별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국가나 인종 등 인간이 인위적으로 구획해 놓은 영역 너머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자신이 지켜야 할 공동체(예컨대 나의 가족, 우리 학교, 우리나라)의 가치는 다른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만 존립이 가능하다. 망명자의 시선은 외부자와 내부자의 경계에 설 때 갖출 수 있다. 집단의 논리나 관행 또는 통념과 결별하고 스스로 고독한 개별자로 사는 것이다. 전체는 악하다. 내 속에 들어온 전체의 논리를 밀어내기 위해 자신을 부인해야 한다.

 

5. 눈을 낮게 깔라 : 약자의 편을 들라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갈등을 조정하거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쉽게 떠오르는 진부한 상식이나 통념, 관숨을 거부하는 존재이다. 눈을 낮게 깔라는 것은 어떤 사안에 대해 비판자가 되라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눈을 낮게 깐다는 것은 약자의 편에 선다는 뜻이다. 그것은 영원한 각성의 상태, 적당한 타협이나 양보를 경계하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대상을 그저 다른 눈으로 보기만 한다면 그것은 논리 싸움에 그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논리 싸움이 아니라 진실의 싸움이다. 약자의 편에 설 때라야 기존 질서와 통념에서 비판의 틈새를 발견하게 된다.

기존 질서는 강자가 만든 것이다. 여러분이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를 던지려면 약자의 목소리를 가지려고 해야 한다. 남성의 눈보다는 여성의 눈, 권력자의 눈보다는 피억압자의 눈, 양성애자의 눈보다는 동성애자의 눈, 집단의 눈보다는 개인의 눈, 부자의 눈보다는 가난한 다의 눈, 먼저 온 사람보다는 나중에 온 사람의 눈, ‘정상인(비장애인)’의 눈보다는 장애인의 눈, 의사의 눈보다는 환자의 눈, 정부의 눈보다는 시민의 눈, 사용자의 눈보다는 노동자의 눈, 가해자의 눈보다는 피해자의 눈, 도시인의 눈보다는 농부의 눈, 사자의 눈보다는 잡초의 눈, 힘센 장수의 눈보다는 피 흘려 죽어가는 생명의 눈, 인간의 눈보다는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세계의 질서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공동체의 책임 있는 성원이자 참여하는 시민은 글로써 세상에 개입하는 사람이다.

 

6. 새로운 개념을 만들라

   비판적 시각은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된다. 진부한 시각과 지식을 끊임없이 폭로하고 깨부수는 능력이다. 조지 오웰은 자신의 에세이 정치와 영어에서 상투적인 비유, 부정확한 표현, 무의미한 단어 나열, 과장된 문체를 타락한 언어’, ‘몰락한 언어라고 말한다. 비판적 글쓰기는 기성의 언어와 해석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만듦으로써 오히려 소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판적 글쓰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미, 다시 말해 새로운 개념화시도해야 한다. 지식인의 의무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지식에 균열을 만들고 기존 이론의 허점을 부각하여 새로운 지식 체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새로운 개념화는 현상에 대한 효과적인 이해를 돕고 인상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대립항 하나를 새로 만듦으로써 기존 지식 체계를 상대화하는 것이다. 다른 길도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출처_대학글쓰기:세계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