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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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19, 2022 |
1672 |
Notice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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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05, 2016 |
1647 |
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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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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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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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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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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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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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1, 2024 |
125 |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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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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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풍경 / 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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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1,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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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풍경 / 정끝별 깜깜한 식솔들을 한 짐 가득 등에 지고 아버진 이 안개를 어떻게 건너셨어요?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이 굴젓 같은 막막함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부푼 개의 혀들이 소리없이 컹컹 거려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발 앞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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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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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0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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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 유홍준 차가운 냉정 못에 붕어 잡으러 갈까 자귀나무 그늘에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멍한 생각 하러 갈까 손톱 밑이나 파러 갈까 바늘 끝에 끼우는 지렁이 고소한 냄새나 맡으러 갈까 여러 마리는 말고 두어 마리 붕어를 잡아 매끄러운 비늘이나 만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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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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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07, 2024 |
125 |
우표 / 함민복 판셈하고 고향 떠나던 날 마음 무거워 버스는 빨리 오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길만 자꾸 눈에서 흘러내려 두부처럼 마음 눌리고 있을 때 다가온 우편배달부 아저씨 또 무슨 빚 때문일까 턱, 숨 막힌 날 다방으로 데려가 차 한 잔 시켜주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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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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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울음소리―조오현(193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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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01, 2024 |
195 |
한나절은 숲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조오현(1932∼2018) ‘내 울음소리’는 현대 시조이다. ‘시조’라는 말을 듣고 나면 조금 더 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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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신경림(1936∼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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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01, 2024 |
165 |
(…) 사람 사는 곳 어디인들 크게 다르랴, 아내 닮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자식 닮은 사람들과 아옹다옹 싸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 매화꽃 피고 지기 어언 십년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기껏 떠났던 집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아니, 당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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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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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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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22, 2024 |
261 |
원시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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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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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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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22,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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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 이정록 작은 나무들은 겨울에 큰단다 큰 나무들이 잠시 숨 돌리는 사이, 발가락으로 상수리도 굴리며 작은 나무들은 한겨울에 자란단다 네 손등이 트는 것도 살집이 넉넉해지고 마음의 곳간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란다 큰애야, 숟가락도 겨울에 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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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각―남지은(19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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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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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는 어디서 왔을까 새도 숲도 없는 이곳에 새소리가 들려왔다면 내 안에서 네 안에서 그도 아니면 신이 있다면 새소리로 왔을까 늪 같은 잠 속에서 사람들을 건져내고 아침이면 문가로 달아나는 반복되는 장난 은빛 깃털만이 신의 화답으로 놓인다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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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서가書架 / 송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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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7, 2024 |
118 |
돌담길 서가書架 / 송태한 빗금으로 쏟아지는 투명 햇살 까치발로 춤추는 아침 안개 속 하나둘 눈 뜨는 이야기 돌 틈 풀꽃에 발걸음 멈추고 돌계단 문턱에서 가슴 설렌다 담장 구석 지워진 낙서 한 줄에도 코가 싸하다 이끼 묻은 성대 길켠의 정자나무가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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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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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별꽃 / 윤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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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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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별꽃 / 윤옥란 양지쪽 무릎이 해진 작업복들 잔설 속에 피어 있는 별꽃을 유심히 보고 있다 사내들 풀꽃을 보고 봄소식 전하는 것일까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폰을 꺼낸다 어쩌면 이곳의 봄소식 보다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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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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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이덕규(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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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3, 2024 |
149 |
낯선 사람들끼리 벽을 보고 앉아 밥을 먹는 집 부담없이 혼자서 끼니를 때우는 목로 밥집이 있다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밥을 기다리며 누군가 곡진하게 써내려갔을 메모 하나를 읽는다 “나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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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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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3,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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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이십 년 넘게 치매를 앓던 앞집 할머니 위암이 머리로 번져 헛소리 하던 송씨 술독에 빠져 폭력을 휘두르던 김씨도 한 달 사이에 저승으로 간 나무에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나무들은 할머니를 진찰하다 곧은 내력은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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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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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3,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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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나오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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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피는 산을 오르며 / 안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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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08, 2024 |
124 |
봄꽃 피는 산을 오르며 / 안태현 오후의 햇살을 비벼 슬쩍 색깔을 풀어놓는 꽃나무들로 온몸이 푸르고 붉어진다 봄꽃이 피는 산 삶의 자투리가 다 보이도록 유연하고 느리게 산의 허리를 휘감아 오르며 나는 한 마리 살가운 꽃뱀 같다 오랫동안 몸 안에 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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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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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08,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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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 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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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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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08, 2024 |
119 |
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개나리 가지들이 하늘에다 낙서하고 있다 심심해 미쳐버릴 것 같은 아이의 스케치북처럼 찢어지도록 거칠게 선을 그어 낙서로 구름 위에 깽판을 치고 있다. 하늘이 지저분해지도록 늦겨울 흑백 풍경을 박박 그어 지우고 있다. 작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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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정호승(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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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30, 2024 |
225 |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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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김소연(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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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30, 2024 |
105 |
응, 듣고 있어 그녀가 그 사람에게 해준 마지막 말이라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입술을 조금씩 움직여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그 사람은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다시 그 이야기를 했고 한참이나 다른 이야기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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