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빨리 발견되길 바랐던 모양이다
산책로에서 겨우 서너 걸음 떨어진 나무에 목을 매었다
포로로 잡힌 무사가 벗어놓은 방패와 투구처럼
자신의 점퍼와 벙거지 모자를 나뭇가지에 걸쳐두었다
벗어놓은 옷과 모자가 그의 생을 온전히 열어젖히지는 못했는지
끝내 연고자를 찾지 못했다
귓바퀴에 고인 매미의 울음을 퍼내느라
그는 눈조차 감지 못했을까
막 솟아오르는 태양이 활짝 열린 동공에 박힌 채
상한 생선처럼 허물어진 그의 시간을 여과 없이 비쳐주었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오신 날이라 일손이 딸렸다며
반나절이 지나서야 구청차가 도착했다
1톤 트럭에 죽음의 갈퀴발을 겨우 얹고서
그는 성하盛夏의 숲을 덜컹거리며 건너갔다
시체검안서에 기록된 그의 이름은 2014-728A*
벗겨지지 않는 신발을 떼내려 안간힘을 쓰는 마음에게
이제 무릎을 꺾지 않고 누울 수 있게 된 육체에게
그는 남은 소주를 한 모금씩 건네며
늑골 아래로 차오르는 청회색 미명을 바라보았을지 모른다
검푸른 입술에서 흘러나왔을 시취屍臭와
싱그러운 숲의 향기가 뒤섞인 그 산책로에선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일생을 울어도 다 지우지 못하는 목숨이 있다는 듯
그 여름 내내, 매미는 검은 곡비처럼 자지러지게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