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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필

Articles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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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디카에세이 우산-최장순 수필가
정조앤
Jan 06, 2021 2595
Notice 수필가 반숙자 초기작품- 수필집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80편 file
admin
Mar 16, 2016 17830
1707 벽, 담, 문 / 조 헌
정조앤
Jun 07, 2024 39
벽, 담, 문 / 조 헌 그는 순백의 도화지다. 아니 깨끗한 순면純綿이다. 어느 한 곳도 때 묻지 않은 무구함 그 자체다. 눈처럼 희기에, 무엇이든 스치면 여지없이 묻고 번질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남을 흉보거나 욕...  
1706 키위 하우스 / 최종희
정조앤
Jan 29, 2024 40
키위 하우스 / 최종희 숨을 쉬기도 눈치가 보일 지경이다. 지금 이 순간에 기침이라도 하면 공중질서를 어지럽히는 예의 없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유리 벽 안의 움직이는 물체를 찾느라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드디어 검은 적막 속에서 긴 부리에 병아리와 ...  
1705 옛 우물 / 박동조
정조앤
Jun 01, 2024 40
옛 우물 / 박동조 틈새마다 잡초가 우북하다. 우물 주위로 깨진 시멘트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구석에는 바람이 만든 티끌 더미가 작은 산을 이루었다. 눈을 씻고 봐도 사람의 발길이 닿았다는 흔적이 없다. 한때는 마을사람들의 하나뿐인 젖줄이 어쩌다 이 지...  
1704 스펑나무야, 더 누르면 아파! / 고경서
정조앤
Apr 22, 2024 41
스펑나무야, 더 누르면 아파! / 고경서 아주 무시무시한 동물들이다. 분홍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 구렁이처럼 벌러덩 드러누웠다가 서서히 꿈틀거린다. 묵직한 똬리를 풀어 지붕 위로 기어오르거나 땅을 짓밟고 깔아뭉갠다. 쓰러뜨린 담장에 걸터앉아 거드...  
1703 느레이 김옹 / 김삼진
정조앤
Sep 10, 2023 41
느레이 김옹 / 김삼진 어쩌다가 불쑥 떠오르는 어렸을 때의 별명이 있다. ‘느레이’다. 이 단어가 사전에 는 함경도지방에서 잠꾸러기를 일컫는 방언이라고 나오지만 즉흥적인 어감만으로는 ‘느린 놈’이란 뜻으로 사용한 것 같다. 이 ...  
1702 갓길 / 홍윤선
정조앤
Dec 22, 2023 41
갓길 / 홍윤선 가는 빗방울이 헝클어져 날린다. 베란다에 쌓아 놓은 가재도구도 기우뚱 불안하게 밖을 내다본다. 비가 제법 올 거라고 했는데 이 정도 같으면 움직일 만하다 싶어 운전석에 앉았다. 내비게이션이 평소와 다른 경로를 우선해 보여주지만 예사로...  
1701 엉그름 / 김순경
정조앤
May 13, 2024 41
엉그름 / 김순경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멘다. 폭염이 여러 날 계속되자 논바닥 실금이 빠르게 번진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갈라진 틈새가 속살을 드러내면 농부들의 무거운 한숨 소리가 짙게 깔린다. 갈라 터진 바닥을 메우려고 허둥대지만, 틈새는 깊어만 간...  
1700 그림자 / 노혜숙
정조앤
May 22, 2024 41
그림자 / 노혜숙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거실 벽에 그림자를 만들고 지나간다. 길가의 벚나무가 베란다 유리창을 뚫고 벽에 부딪치면서 허리가 꺽인다. 잔가지들이 태풍에 휩쓸리듯 한쪽으로 누웠다가 서서히 일어난다. 밤의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사물들이 ...  
1699 바게트 / 황진숙
정조앤
Jun 11, 2024 41
바게트 / 황진숙 터질 대로 터져라. 쿠프가 벌어지고 속살이 차오른다. 칼금을 그은 껍질 사이로 속결이 뚫고 나올 기세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맘껏 팽창한다. 노릇하게 제 색을 갖추자 오븐 밖으로 나온다. 안과 밖의 온도 차로 바삭거리는 소리가 생동한다...  
1698 소처럼 느린 당숙 / 김 용 택
정조앤
Jun 11, 2024 42
소처럼 느린 당숙 / 김 용 택 여름엔 점심밥을 먹으면 모든 동네 사람들이 강가 정자나무 아래로 모여든다. 누가 오라고 하지도 않고 누가 부르지도 않고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네 사람들은 모두 밥숟갈을 놓기가 바쁘게 정자나무 아래로 끄덕끄덕 ...  
1697 재앞 / 이난호
정조앤
Apr 15, 2024 43
재앞 / 이난호 4월 중순, 아파트 단지 내 가로수가 잘린다. 기계톱 소리 밑으로 떨어진 가지들이 땅에 닿아 한 번 껑충하고 부르르 떨고 눕는다. 채 푸르지 못한 잎이 달린 가지도 있다. 30여 년 전 입주 초기 묘목 크기가 그 가지들만 했었다. 그들이 어느새 ...  
1696 생명의 소리/ 장미숙
정조앤
Jun 28, 2024 43
생명의 소리/ 장미숙 산길로 들어서자 고양이 한 마리가 후다닥 달아난다. 길에 웅크려 있다가 인기척에 놀란 모양이다. 초여름 오후, 강하던 햇빛이 약간 누그러진 시간이다. 조붓한 길 양쪽으로 나무의 그림자가 길다. 그런데 난장 끝 정적처럼 조용한 게 ...  
1695 발롱 / 조미정
정조앤
Jul 02, 2024 43
발롱 / 조미정 발레리나가 춤춘다. 긴 팔을 둥글게 말았다 펴며 발끝으로 사뿐거린다. 한쪽 다리를 던졌다가는 제자리에서 빙글 돌고, 회전하는가 싶으면 풀쩍 뛰어오른다.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른다. 가오리연 같다. 실낱을 달고 펄럭거리다가 허공에 그대...  
1694 POST, 결혼/ 정아경
정조앤
Feb 26, 2024 44
POST, 결혼/ 정아경 “그럼 우린 뭐야?” “반 부부지” “반 부부?” 한 지붕 아래 살지 않지만 부부나 다름없는 관계를 반 부부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한 지붕 아래 살지만 따로 생활하는 부부는? 반은 같이 살고, 반은 따로...  
1693 연말연초의 주문 / 박양근
정조앤
Feb 26, 2024 44
연말연초의 주문 / 박양근 나는 사주팔자를 믿는다. 사주쟁이를 전적으로 믿지 않지만, 내게 사주가 있다는 건 믿는다. 토정 선생의 영향이 아니라도 누구나 자신의 한 해가 어떨까에 대한 궁금증은 갖기 마련이다. 물론 사람의 명운이 사주만으로 정해지는 건...  
1692 그림자 / 노혜숙
정조앤
May 17, 2024 44
그림자 / 노혜숙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거실 벽에 그림자를 만들고 지나간다. 길가의 벚나무가 베란다 유리창을 뚫고 벽에 부딪치면서 허리가 꺽인다. 잔가지들이 태풍에 휩쓸리듯 한쪽으로 누웠다가 서서히 일어난다. 밤의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사물들이 ...  
1691 불돌 / 이승숙
정조앤
Jun 01, 2024 44
불돌 / 이승숙 작은아이의 방문이 빼꼼히 열려 있다. 투명 인간처럼 지낸 게 달포가 다 됐지 싶다. 문을 열었다는 건 마음을 풀고 싶다는 신호다. 묵언으로 시위하는 아이나 엄마인 나도 힘든 시간이다. 시시때때로 버럭 대는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적이 당...  
1690 표리검表裏劍 / 조이섭
정조앤
Sep 10, 2023 45
표리검表裏劍 / 조이섭 명절 끝에 친구를 만났다. 나이 든 남자끼리 만나 술이 한잔 들어가면 항용 그렇듯 ‘라떼는’ 향연이 이어진다. 어릴 적 고생했던 이야기야 이미 재탕 삼탕까지 우려먹은 사이인지라, 친구가 한참 뜸을 들인 끝에 한마디 툭...  
1689 청심헌 반시 / 김순경
정조앤
Feb 16, 2024 45
청심헌 반시 / 김순경 서늘한 바람이 핏빛을 몰고 온다. 짙은 초록의 두꺼운 감나무 이파리도 진홍으로 얼룩진다. 뜨거운 햇볕과 거친 비바람을 막아주던 잎사귀가 하나둘 떠나자 빨간 감이 파란 하늘에 박힌다. 속살을 훤히 드러낸 홍시가 더는 무게를 견디지...  
1688 수필이 나를 쓴다 / 권예자
정조앤
Mar 20, 2024 45
수필이 나를 쓴다 / 권예자 사람들은 나를 보고 시와 수필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틀리는 말 같기도 하다. 냉정히 말하자면 시는 내가 쓰는 것 같은데, 수필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내 안에 스며있는 나의 사상과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