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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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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디카에세이 우산-최장순 수필가
정조앤
Jan 06, 2021 2559
Notice 수필가 반숙자 초기작품- 수필집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80편 file
admin
Mar 16, 2016 17767
1722 지렁이가 품은 우주 / 이방주
정조앤
Jun 28, 2024 28
지렁이가 품은 우주 / 이방주 새벽 산책길에서 딱한 중생을 만났다. 젓가락으로 입에 올리다 흘린 자장면사리 같다. 꿈틀꿈틀 힘겹게 기어간다. 지난 밤 폭우에 땅속 지렁이 은신처에 빗물이 괸 모양이다. 물구덩이에서 살만한 곳을 찾아 지상으로 나오셨을 것...  
1721 작가란 무엇인가 / 맹난자
정조앤
Jul 08, 2024 28
작가란 무엇인가 / 맹난자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다. 누에가 뽕잎을 먹어야 비단실을 뽑아낼 수 있듯이 읽지 않은 작가는 병든 누에처럼 튼실한 고치 집을 지을 수 없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서문에서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밝혔다. 《우...  
1720 서랍과 바랑 / 이경수
정조앤
May 04, 2024 29
서랍과 바랑 / 이경수 찬바람에 눈까지 내리는 겨울 같은 봄인데도 꽃은 제철을 놓칠세라 저마다 고운 자태를 뽐내고 갔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칙칙하고 무거운 겨울옷을 걸치고 있다. 이런 겨울옷은 봄옷과 함께 옷장에도 서랍장에도 버티고 있다. 새봄이...  
1719 시간을 박음질하며 / 최봉숙
정조앤
Jun 07, 2024 29
시간을 박음질하며 / 최봉숙 인연의 붉은 실은 얄궂게도 산골 청년과 도시 처녀를 하나로 묶었다. 신혼부부가 된 우리는 우줄우줄한 산이 고집스레 박혀있는 산촌에서 신접살이를 시작했다. 도시에서 수돗물을 마시며 살던 도시내기가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으...  
1718 영장靈長인가, 천적天敵인가 / 최민자
정조앤
May 13, 2024 30
영장靈長인가, 천적天敵인가 / 최민자 나는 방금 모기 한 마리를 처치했다. 인간의 침소를 허락 없이 들어왔을 뿐 아니라 언감생심 내 식구들의 피를 넘보기까지 한 죄이다. 가뜩이나 더위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는데 느닷없이 웽~ 하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1717 외딴집 / 조현미
정조앤
May 22, 2024 31
외딴집 / 조현미 호박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그 집이 있던 자리에, 노을이 짙게 비낀 꽃은 붉다. 꼭 조등弔燈 같다. 천생이 직립과는 먼 넝쿨에게 콘크리트 담벼락은 숙주가 되기엔 여러모로 옹색해 보인다. 어쩌다 수라修羅같은 콘크리트 틈새에 뿌리를 내...  
1716 불면증을 이기는 비법 / 곽흥렬
정조앤
Jun 11, 2024 31
불면증을 이기는 비법 / 곽흥렬 갱년기 증상은 여자들한테만 나타나는 줄로 알았다. 쉰을 전후한 중년 나이가 되면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달거리가 멈추고 그로 인해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함께 겪게 되는 마음의 감기 같은 것이 갱년기 증상 아닌가. 나중...  
1715 그들이 사는 법 / 강천
정조앤
Jun 28, 2024 31
그들이 사는 법 / 강천 심악한 바람이 북극 한파를 데려와 온 세상을 다시 꽁꽁 얼려놓았다. 입춘 후 나흘간이었다. 큰 추위는 지났을 거라고 은근히 방심하던 터라 더욱 모질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는 내리 사흘을 또 봄인 듯 포근하다. 동백이 보고...  
1714 목공새 / 조미순
정조앤
Jun 22, 2024 32
목공새 / 조미순 고동색이 바림된다. 머리에서부터 꼬리에 이르자 밀색으로 고인다. 몸에 물결 무늬가 어룽진 검지손가락만 한 녀석을 보고 있다. 마치 책꽂이에 붙어버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일까. ...  
1713 글쟁이들 대장간 / 이문자
정조앤
Jun 07, 2024 33
글쟁이들 대장간 / 이문자 풀무질에 쇳덩이가 익어간다. 벌겋게 달궈진 쇠가 모루에 놓이자 드디어 시작되는 메질.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리드미컬한 연주다. 앞 메 옆 메가 번갈아 치고 때리면 엿가락처럼 휘었다가 늘어난다. 대장장이가 집게로 잡아주는 방...  
1712 바다/ 손광성
정조앤
Jun 11, 2024 34
바다/ 손광성 ​ ​ 바다는 물들지 않는다. 바다는 굳지도 않으며 풍화되지도 않는다. 전신주를 세우지 않으며 철로가 지나가게 하지 않으며, 나무가 뿌리를 내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품 안에 진주조개를 품고 식인 상어를 키우더라도 채송화 한 송이도 그 ...  
1711 시원한 날의 비망록 / 조명래
정조앤
Jun 17, 2024 34
시원한 날의 비망록 / 조명래 타향 객지를 떠돌다가 늙고 지친 몸으로 고향에 돌아온 페르귄트를 맞은 건 백발이 된 솔베이지였다. 페르귄트는 그날 밤 솔베이지의 무릎에 누워 눈을 감았다. 꿈에도 그리던 연인을 안고 ‘솔베이지의 노래’를 절절...  
1710 가위와 놀다 / 허정진
정조앤
Jul 08, 2024 34
가위와 놀다 / 허정진 봄 햇살 좋은 날 묘목 가지치기 작업에 나섰다. 사람 키 정도 되는 어린나무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곧고 굵은 한줄기만 남겨두고 곁가지들을 잘라내는 거였다. 작업반장의 말이 재미있다. “크게 될 놈 하나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  
1709 벽, 담, 문 / 조 헌
정조앤
Jun 07, 2024 35
벽, 담, 문 / 조 헌 그는 순백의 도화지다. 아니 깨끗한 순면純綿이다. 어느 한 곳도 때 묻지 않은 무구함 그 자체다. 눈처럼 희기에, 무엇이든 스치면 여지없이 묻고 번질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남을 흉보거나 욕...  
1708 생명의 소리/ 장미숙
정조앤
Jun 28, 2024 35
생명의 소리/ 장미숙 산길로 들어서자 고양이 한 마리가 후다닥 달아난다. 길에 웅크려 있다가 인기척에 놀란 모양이다. 초여름 오후, 강하던 햇빛이 약간 누그러진 시간이다. 조붓한 길 양쪽으로 나무의 그림자가 길다. 그런데 난장 끝 정적처럼 조용한 게 ...  
1707 산길 / 유병근
정조앤
Jun 11, 2024 36
산길 / 유병근 숲속에서 새가 운다. 새소리를 따라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즐거운 바람 소리도 있다. 마침 계곡 물소리가 도란도란 건반을 치는 것 같다. 삼중주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산이 갑자기 울리는 소리를 한다. 묵직한 테너 목소...  
1706 명품 / 고유진
정조앤
Jun 17, 2024 36
명품 / 고유진 복제품은 앤디 워홀 작품의 보증서까지 치밀하게 제작했다. 미스치프가 이렇게 대담하게 베껴도 작품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건,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선득하도록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원작을 구별하기 힘들어진 세태의 반영과 기발함이 빛을 발...  
1705 책섶 / 배영주
정조앤
Jun 22, 2024 36
책섶 / 배영주 몇 해 전 길을 가다 식물 파는 가게에서 관상용 머루 포도나무를 들여왔다. 알갱이가 앙증맞아 덥석 안고 왔는데, 넝쿨이 자라면서 옆에 있는 식물을 휘감아 자꾸 귀찮게 한다. 매번 줄기를 싹둑 잘라내어서인지 몸통에 이파리만 무성하고 열매...  
1704 옛 우물 / 박동조
정조앤
Jun 01, 2024 37
옛 우물 / 박동조 틈새마다 잡초가 우북하다. 우물 주위로 깨진 시멘트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구석에는 바람이 만든 티끌 더미가 작은 산을 이루었다. 눈을 씻고 봐도 사람의 발길이 닿았다는 흔적이 없다. 한때는 마을사람들의 하나뿐인 젖줄이 어쩌다 이 지...  
1703 엉그름 / 김순경
정조앤
May 13, 2024 38
엉그름 / 김순경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멘다. 폭염이 여러 날 계속되자 논바닥 실금이 빠르게 번진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갈라진 틈새가 속살을 드러내면 농부들의 무거운 한숨 소리가 짙게 깔린다. 갈라 터진 바닥을 메우려고 허둥대지만, 틈새는 깊어만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