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신인문학상은 한국문단에 ‘농민문학’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운 ‘흙의 작가’ 이무영(1908~1960) 선생의 문학 혼과 작가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동양일보가 제정한 상이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총 147편의 작품이 응모됐으며 문단 권위자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본상에 오른 작품 중 ‘떠도는 돌’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9일 금요일 오전 11시 이무영 선생의 고향인 음성(충북 음성읍 석인리 364-1 이무영 생가)에서 열리는 31회 무영제에서 진행된다.
◆심사위원
김봉군 문학평론가 • 박희팔 소설가 • 안수길 소설가
단편소설의 정석을 지키고 가독성 높은 당선작
[동양일보]응모작 147 편 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기묘한 부인’ ‘호모루덴스’ ‘늦은 오후 어느 날’ ‘그늘집’ ‘감천댁의 그믐’ ‘황태 게송’ ‘산마늘’ ‘하양’ ‘떠도는 돌’ ‘하늘 끝방’ 10편을 본심 대상에 올리고. 10편에 대한 심사위원 3명의 의견에 따라 4편으로 압축 후, 소재의 건전성 및 주제와의 적합성, 구성과 문장의 숙련도 등을 중심으로 논의 끝에 ‘떠도는 돌’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최종심 대상에 오른 4편의 작가들 모두가 만만찮은 기량을 보여준 작품들이었다. 당선작 결정에 긴 논의가 필요했던 것은, 심사위원들의 시각에 다소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 끝방’은 재 응모작이다. 선정적으로 흐를 듯한 소재를 건전하고 희망적인 분위기로 구성해 나간 점이 좋았으나, 이전 응모 때와 같이 결말처리가 상식적이고 안이하다는 지적과 함께, 재 응모작이라면 기시감을 넘어 시선을 끌 만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따랐다.
산마늘’은 퇴직 후 귀농한 부부와 혼혈아를 둔 가족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해가는 과정을, 낯선 풍토에 적응하며 착근에 성공한 산마늘과 대비시킨 이색적인 발상에, 문장력도 우수한 작품이다. 다만 전개되는 상황들이 주제 부각에 절실한 것인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작품 전체의 흐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생각해볼 문제다. 서술 기법상 보여주기(showing)와 말해주기(telling) 중, 후자에 치중한 본 작품에서는 생략과 요약에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소설의 진전 속도를 높이고 독자에게 상상의 여백을 제공하는 데는 작가의 과잉 친절이 오히려 방해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겠다.
‘하양’ 도입부에서는, 돌연변이로 태어난 몸 빛깔 때문에 맹수의 표적이 되어 죽어가는 ‘알비노사슴’과 무리와의 교감(交感)장면은 비장(悲壯)할 만큼 탁월한 묘사력과 상징적인 기법을 원숙하게 구사했다. 그러나 속설을 믿는 인간 사냥꾼의 납치와 살해 대상이 된 나(話者=‘알비노인간’)의 가족(아버지, 남동생)을 이기적인 인간으로 설정하고 화자의 자살 시도 장면을 삽입한 것은 소설의 주제를 약화시켰다. 알비노로 태어난 사슴과 인간이 겪는 남다른 공포와 차별로 인한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남느냐, 그건 인고(忍苦)와 이타적인 사랑을 공유, 교감하는 것이 아닐까?. 사슴과 인간, 두 무리 사이의 서로 다른 교감이 초반의 비장감이 비정(非情)으로 바뀌면서 주제가 모호해졌다. 아쉬운 작품이지만, 작가의 섬세한 문장력이 기대를 갖게한다.
‘떠도는 돌’은 문단별로 ‘보여주기(showing)’ 혹은 ‘말해주기’ 기법을 적절히 활용, 독자의 뇌리에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그려질 만큼 간결하고 세밀한 묘사로, 단편소설의 정석을 밟으면서도 가독성을 높였다. 문장이나 구성에도 별다른 하자가 없을 만큼 틀이 잡혔을 뿐 아니라, 작가가 선의(善意)를 과장하거나 자의식에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절제력을 발휘, 침착하고 냉정을 유지한 관계로 독자도 편안한 가운데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고아 수출국’이란 불명예를 안게 된 우리 현실을 비판하거나 자괴하지 않았는데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작품이다. 당선작으로 올리며, 응모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고 문운을 빈다.
심사위원 김봉군 문학평론가, 박희팔 소설가, 안수길 소설가
수상소감 / 조성환 (미국이름 Danny Cho)
[동양일보]돌배꽃 이파리가 하롱하롱 지고 있는 어느 날, 내 작품이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얼떨떨해서 그날 하루를 허둥거리며 보냈다. 수선화같이 가녀린 두 아이를 껴안고 있는 딸에게 먼저 소식을 알렸다. “드디어 해냈네, 아빠!” 벙글거리는 딸아이의 얼굴. “아빠, 이참에 우리 가족도 다 아빠 상 타는 거 보러 따라갈게.” 이 며칠 참 행복했다. 그러고 보니 고국행은 38년 만이다. 이민자로 사는 삶이란 한가로울 틈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문득 생소했다. 마른 낙엽 같았다. 세상을 관조할 나이가 되어서야 책상 앞에 앉을 여유가 생겼다. 시를 읽고 시를 써보고 산문을 읽고 산문을 써 보았다. 글을 써보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짧았거나 긴 인연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왔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내게 나쁜 사람이란 내가 만들어 놓은 나쁜 사람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걸 글로 써보자 하니 쉽지 않았다. 세상에 쉽지 않은 게 어디 글쓰기뿐이랴. 그래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었으니. 의자는 오래 앉아 있을수록 딱딱하고 부대낄 수밖에 없다. 그걸 이기고 앉아 있으면 얼핏 글이 보였다. 이민의 삶 속에 고국 땅에서 느껴 보지 못한 소외 된 색다른 인생이 많이 보였다. 입양아 얘기며 기지촌 여인의 애환이며. 그것을 글로 쓰고 싶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우리만의 아픈 얘기로 상처받은 영혼을 껴안고 싶었다. 그리하여 어느 마음 눌린 사람의 심장에 닿아 따뜻한 위로가 되는 글이 될 수 있는 그런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약력 1952년 경북 선산 출생 1982년 도미 2008년~2023년 에이전트 회사 운영 2016년 미주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부분 입상 2018년 미주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부분 입상 2022년 재외동포 문학상 산문 부분 입상 2024년 무영 신인 문학상 당선 출처 : 동양일보(http://www.dynews.co.kr)
선생님. 무영 신인 문학상 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얼른 읽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