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일상에서 경험한다. 코로나19로 동전을 제조하는 조폐국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생산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생산된 동전을 실어 나를 유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다.
어제 우체국에 갔는데 동전이 부족하니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정확한 잔돈을 준비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송료가 얼마인지 모르는데 잔돈을 준비해 올 사람이 몇일까 의아해하며 카드로 지불했다. 햄버거를 사려고 기다리는 드라이브스루에도 잔돈이 부족하니 카드로 결제를 부탁한다는 안내문이 있다. 한인타운 은행에서 고객이 동전을 입금하면 마스크 한 팩을 증정한다는 ‘희망 동전 모으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이 벌어지는 요즘 세상이다.
돼지 저금통에 동전이 많으니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저금통을 열어 동전을 빼냈다. 몇 년 전 중국타운의 식당에 갔다가 옆집 가게에 진열된 돼지 저금통을 사서 꽉 채울 때까지는 헐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함께 일했던 황씨의 영향이다. 나는 동전 하나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그에게 배웠다.
그는 조선족으로 월급의 3분의 2를 중국 가족에게 송금하며 같은 처지의 친구 셋이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서 최저의 생활비로 살았다. 5갤런의 물이 들어가는 큰 통에다 손님이 주는 팁을 열심히 모았는데 그 돈으로 중국에 있는 아들에게 컴퓨터를 사주는 것이 목표다. 가끔 진열장 밑에서 25센트 동전이라도 나오면 누가 볼세라 얼른 주머니에 넣고 시치미를 뚝 뗀다. 시키지 않아도 주차장을 청소한다. 밤새 옆집 식당 손님이 돈을 흘리고 가는 경우는 가뭄에 비 오듯 있지만, 1센트짜리라도 줍기 위해서다.
내가 직장을 그만둔 후 가끔 황씨의 통은 어느 정도 채워졌을까 궁금했다. 열심히 일하며 흘린 땀방울로는 채우고도 넘쳤을 터인데. 아직도 그 헬스장에서 일했다면 팬데믹으로 문을 닫았으니 그는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10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힘든 불법체류자 생활을 청산하고 연변에 돌아가 가족과 오순도순 살고 있으면 좋겠다.
예기치 못한 일로 계획이 틀어지게 만드는 것이 인생이다. 코로나가 우리의 생활을 온통 뒤흔들었다. 화장지 대란에 이어 동전이 부족하다더니 요즘은 집에서 지내며 캔 맥주나 캔 음료를 마셔서 캔이 모자란단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불확실한 삶이지만 그 안에 작은 즐거움도 있으니 놓치지 말자.
저금통을 꽉 채우려던 내 계획도 틀어졌지만, 동전을 세며 나는 즐겁다. 누군가가 필요로 할 때 선뜻 내놓을 것이 있으니, 마치 큰일을 한 것처럼 행복하다. 집에 모아 두느니 필요할 때 내놓자. 동전을 받아들고 좋아할 모습을 그려보니 나도 기쁘다. 근처의 리커 스토어에서 일하는 세라씨에게도 동전 필요하냐고 카톡으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