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재미 수필가
최근 녹색의
십자가 모양에 Medicine이라고 쓰인
간판이 부쩍 눈에 뜨인다.
병원이나 약국인 줄 알았는데 마리화나(Marijuana)를 파는 상점이란다.
전에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었는데 이제 기호용으로도 합법화되니 그 숫자가 늘어가는 추세다.
버젓이 마리화나 잎사귀 모양의 형광 간판을 붙인 상점도 있다.
올해 첫날
아침.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밤사이에 할리우드 언덕에 위치한 거대한 HOLLYWOOD 간판이 HOLLYWeeD(헐리위드·신성한 마리화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Weed는 대마초 즉 마리화나를 일컫는 속칭이다.
알파벳 ‘O’ 2개에
나일론 방수포를 덧대 ‘e’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간판 철자를 바꾼 재커리 콜 페르난데스(30)는 변호사를 대동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간판을 훼손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기물파괴 혐의를 적용하는 대신 무단침입이라는 경범죄 처벌을 받았다.
페르난데스는
캘리포니아 주가 지난해 11월 기호용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한 데 대한 환영과 더불어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일을 벌였단다.
보통의 미국인들은 중고등학생 때 마리화나를 경험한단다.
나는 큰아들이 중학생이 되어 참석한 첫 학부모 회의에서 마약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60여 명의 부모들이 모여 앉아 사춘기에 들어선 자녀
교육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데 특히 마약(Drug)과 왕따(Bullying)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대마초는 20달러를 주고 1g을 사면 4명이 나눠 피울 수 있는데 학교 주변이나
교정 안에 판매책이 있단다.
대마초가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호기심으로 혹은 강요로 또는 왕따를 당할까 봐 두려워 피우게 된다고 한다.
한두 번 하다 그만두면 다행이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중독되어 더 강한 약물에 손을 댈 확률이 높단다.
특히 신입생 부모들에게는 점심값 외에 돈은 넉넉히 주지 말고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관심을 두라는 당부를 했다.
마리화나와 마약에 대해 생각지도 않았고 아는 것이 없어서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았다.
다양한 종류와 증상에 놀랐다.
한인 타운의 청소년 마약
상담 전문가는 대부분의 한인 부모들이 ‘내 아이는 괜찮겠지.’라는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자녀들의
약물중독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알게 된다고 한다.
발견 후에는 주위에 알려질까 봐 쉬쉬하다가 치료할 때를 놓치고 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우를 범한단다.
마리화나에 중독되면 삶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고 두뇌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위험하다.
늪 같아서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이 마약이다.
이후 밤이면 며칠에 한 번씩 아들이 잠자는 사이에 몰래 방에 들어가
가방을 뒤적였다.
낯선 물건들이 나올까 봐
가슴 졸이다가 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안도의 숨을 쉬고는 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코카인 복용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라는 말을 했단다.
마약은 성매매와 더불어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로 불리며 자신에게 해가 될 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나 혼자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
수만 갈래로 연결되고 이어진 속에서 산다.
나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 해도 가깝게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에게 그 영향이 미친다.
이미 의료용으로 합법화된 후, 마리화나를 피운 환각 상태로
운전해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1년 새 32% 증가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마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도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마리화나를 팔면 세금을 더 받아들일 것이고, 단순 마약사범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돈만 생각하며 마약에 물들어가는 사회는 외면하려는가 보다.
마리화나를 1번 피우면 담배 17개비를 피운 것과 같다고 한다.
백해무익이다.
‘불법’이라는 마음의 짐과 죄책감을 벗어 버리고 ‘몰래’라는 구속에서 풀려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는 생각을 하니 걱정이다.
HOLLYWeeD가 HOLLYWOOD로 다시 돌아오는데 한나절이 걸렸다.
마리화나 판매의 합법화는 새해부터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나치다 녹색 십자가 간판을 보면 외면하는 것으로 반대의 뜻을 보이는 나는 소시민이다.
이현숙
재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