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그냥 하고싶은 말

                                                                                                                                                                          김화진

       밤바람이 제법 산산한 계절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사람과의 소통이 막히고 만남도 그쳐버린 시간이 혼자서 잘도 흘러갑니다. 기다리면 나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달라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혼란을 부추기는 듯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들뜨지

      않은 분위기가 자칫 우울감으로 이어질까 두려운 생각도 듭니다. 사회적 활동은 인간의 본능이자 기본 욕구일

      것입니다. 태어나 처음 맞닥뜰인 상황이 길어지면서 외부인과의 접촉이 자유롭지 못한 환경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리라 마음 먹었지요. 그렇게 마당 정리하기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엘에이 카운티 서북쪽 경계에 위치한 우리 동네는 아직도 시골같은 풍광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오렌지

     농장이 많았는지 지금도 늙은 나무들이 가로수로 줄지어 있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도 몇몇 나무가 볼품없는 열매를

     매단 채 존재를 지탱하고 있지요. 개중에는 새순이 뻗어나와 자라난 가지에 열린 오렌지가 향내 짙은 과일의 몫을

     뽐내기도 합니다. 그렇게나마 위상을 지켜내고 있는 듯하여 애틋한 마음이 솟습니다.

     2만스퀘어피트가 되는 넓은 대지에 거주 공간은 900스퀘어피트 남짓한 크기이다 보니 넓디넓은 마당 관리가 언제나

     골칫거리입니다. 자연 속에 묻혀 산다는 마음으로 위로하며 지내왔지만 한창 잡초가 우거지면 졍글이 되기

     십상입니다.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연하던 차에 검색해 본 유투브 채널은 어떤 문제든 척척 답을 내어주는

     해결사였습니다. 일단 필요한 연장들을 구매하고 사용방법을 익혀 기본적인 잡초 제거와 나무 베어내는 작업을

     시작했지요.                                                                                                                                                                               

 

     ‘시작이 반이라 한다지요. 서툴고 더디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종일 땀흘려 움직였어도 어느 구석

     하나 나아진 표시조차 없었습니다. 한 주, 한 달이 지나면서 달라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난생 처음 몸 작업으로 꾸준히 노력한 나 자신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내심의 결여가 큰 단점인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은 사람을 매우 단순하게 만드는 듯 합니다. 매일처럼 흙먼지 속 햇볕의 따가움도

     거부감 없이 땅고르기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굵은 땀방울의 소금기가 입술로 느껴집니다. 태어나 처음 맛보는

     진정한 성취감에 가슴이 뭉클해 옵니다

 

     문득 걸어온 삶을 뒤돌아 보니 잡히지 않는 울퉁불퉁한 그 길 위에 많은 사람이 서 있습니다. 모두가 다른 사람들,

     마치 수없는 종류의 풀들을 보면서 느꼈던 다양함과 비할 수 있지요. 나와 맞지 않는다며 밀어내기도 했고 마음이

     통하면 희생도 감수하곤 했습니다. 어느 들풀이든 자기만의 모양과 색깔을 갖고 있듯 모든 사람도 각자의 특색과

     장점을 발휘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다려야 했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의 심부름을 맡아 4년의 시간을 지냈습니다. 꼭 해야 할 일, 그냥 해야 할 말에 집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함께 힘차게 걸어주신 임원 선생님들, 응원해 주신 모든 회원 선생님께 사랑의 마음을 드립니다.

     아울러 우리 협회가 맞을 새봄을 축복합니다.                                                                                                                          

     그토록 공들여 정리한 우리집 마당에 새봄이 오면 무질서하게 솟아오르는 잡초 대신 돌길 사이에  늘어선 꽃나무

     향기가 피어나게 될 것입니다.                                               

     모두의 안부가 궁금한 요즈음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말이 제발 진실이 아니기를 바래봅니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