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불어오는

                                                                                                                                                                                            김화진

개과천선이라고 하지요. 게을리 했던 지난 동안을  반성하며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며 살아갑니다. 땀이 흐르며 심장 고동의 속도가 빨라짐을 느낍니다. 이대로 열심히 계속하면 늙어가는 몸과 마음이 힘을 얻게 것이라 희망을 가져 봅니다.                                                                                                                                            

삶의 여름이 지나가며 달라지는 많습니다. 뾰족했던 감정은 무뎌진 같으면서도 작은 일에 쉽게 흔들리고 눈믈도 흔해졌어요. 대신 허상을 꿈꾸는 실속없는 자리를 깔아놓진 않습니다. 살면서 겪어 많은 일들이 순간의 판단력을 길러 소중한 기억으로 살아있습니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트레이더 조에 들렀습니다. 일반 마켙에 비해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취급하지요. 이것저것 바구니에 넣고 계산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가을을 발견했습니다. 할로윈 시즌이 다가오면 가을 파이를 위해 팔게 펌킨입니다. 사이즈가 아닌 귀여운 크기에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주황색 호박입니다. 많이 쌓아 놓지는 않았지만 계절의 맛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에서 벗어나 산산한 쓸쓸함이 묻어나는 같았습니다. 진한 초록의 여름이 지난 천지에  펼쳐질 황금색의 가을을 미리 퍼다 깔아 놓은 보였습니다.


일년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그때마다 다른 모양으로 맞이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매일의 시간 속에 쌓여지는 추억의 크기 때문이 아닐까요. 가을을 추수의 때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한편으로 마음 구석을 비우는 시절이란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키워놓은 열매를 내어놓은 자리를 다시 무엇으로 채우기 위해 새로이 준비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한 거죠. 오래 떠났던  사람이 돌아와 현관에 들어설 같은 기다림이 앞서는 가을입니다. 분주했던 시간을 넘어 그리운 사람과 마주앉아 밤새 밀린 이야기를 나눌 있다면 마음이 부유해질까요.  아마도 가을바람은 우리 마음에서부터 불어오는가 봅니다.                                                                                                                                          

탁자 위에 주황색 호박을 놓았습니다. 계절이 깊어지면 가을을 옮겨 놓았던  펌킨 속를 비워 내고 단풍의 색깔을 닮은 맛있는 파이를 만들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 황금빛은 바래고 하얀 계절이 찾아 오겠지요. 위에 우리는 어떤 색깔을 물들이게 될까요. 욕심없는 마음에 푸른 꿈이 넓게 펼쳐질 것을 그려봅니다. 삶을 채색하는 글을 통해 풍성한 가을 열매가 가득 담겨질 바구니를 장만하겠습니다. 가을 향기를 마시며 오래 걷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