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무게
크리스마스에 받은 카드를 벽에 붙여 놓습니다. 한국에서 일찍 도착한 친구의 카드, 우편물량 홍수 속 성탄절이 지나서야 받은 것까지 그림도 각양각색입니다. 매일 하나하나씩 쳐다보며 보낸 이들의 마음을 읽습니다. 요즘처럼 손가락 하나로 쉽게 인사와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손수 내 이름을 불러 준 귀한 사람들입니다. 나 또한 선물을 준비하며 반드시 카드를 쓰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입니다.
한해를 마감할 때면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함께 했던 추억의 행복감에 젖습니다. 정성껏 포장해 준 선물을 풀어봅니다. 나를 기억해 주는 마음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사실 이제 필요한 물건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갖고있는 것들을 정리하여야 할 때인 거죠. 왜 그리도 많은 살림실이를 사들인 것인지 집안 한 켠씩을 열 때마다 쌓여있는 엄청난 물건에 스스로 놀라게 됩니다. 아마도 젊은 시절엔 삶의 활력이 넘쳤던 모양입니다. 참 부자였나봐요.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겪게 되는 많은 일이 때로는 이겨내기 힘든 고통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기쁜 일보다 더 자주 찾아오는지도 모르죠. 그렇기에 다른 마음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진실로 그 무게를 함께 나누어 줄 사람. 그런 친구를 갖는 일은 참으로 귀한 행복입니다. 결코 어떤 물질적인 가치로 바꿀 수 없는 마음의 보석입니다.
형식이나 체면으로 포장된 선물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지요. 개인적 친분을 떠나 예의상 갖추어야 할 선물일지라도 정성껏 손길이 닿은 것은 그만큼 큰 마음도 함께 전달될 것입니다.
새로운 한해를 맞아 살아갈 매일에서 마주하는 마음들이 더욱 따뜻하기를 희망합니다. 올해 끝에서 다시 만날 행복을 기다리며 살아간다면 하루의 삶이 훨씬 기운차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제 펼쳐 놓았던 카드를 접어 상자 속에 넣습니다. 내년 이맘 때까지 간직하기로 합니다. 그때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삶의 시계가 언제 멈출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오늘 하루를 소중히 지낼 수 밖에요.
어느 철학자가 ‘삶은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떠날 때에 무엇을 남겨놓느냐를 더 생각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값비싼 물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을 묵직한 사랑의 무게가 가득한 마음, 그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