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내리 하늘 가까이

 

산길을 따라 가끔씩 눈에 뜨이는 마을 위로 어른거리는 햇빛이 평화롭습니다. 분명 지난 여름에 내리던 그것과 똑같은 태양이건만 왠지 무거운 어깨짐을 내려놓고 내쉬는 여행자의 숨처럼 낮게 가라앉네요.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의 끝이라서인지 아침 차창에 서린 김 마저도 차가움이 반갑습니다.

 

쏟아지는 별이 보고싶을 땐 무작정 가까운 산속 캠핑장을 찾아가곤 합니다. 집 마당에서도 멀리 보이긴 하지만 높은 산에 올라 고개를 젖히고 나무 사이로 익숙한 별자리를 찾으며 마주하는 그 빛의 신비로움은 아래 세상에 두고 온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마법입니다.

사랑하는 이들도 잠깐 내 마음 한 켠에 비켜놓고, 힘들었던 걱정거리도 머리에서 잠시 지우고 그냥 오래오래 별들과 얘기를 나눕니다.

천국에 있어야 할 세 가지가 지구별 가까이에 있다지요.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없는 들꽃, 아가의 눈동자와 하늘에 빛나는 별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나무판으로 평상을 만들어 마당에 펴 놓으셨습니다. 에어컨은 물론  부유한 집에서나 사용할 수 있었던 선풍기는 아니었어도 너울거리는 부채 바람 속 해 저문 저녁 수박화채를  나누던 가족의 사랑은 여름 더위보다 더 뜨거웠지요. 오래 전 그리움의 시간 속에 머물러 하나하나 불러봅니다. 모두가 별이 되어 저기서 빛나고 있을 그 이름들.

새 계절을 맞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습관으로 굳어진 일상의 움직임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 무엇을 놓친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나 자신으로부터 빠져나간 소중한 것을 되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건강, 우정, 사랑 같은 것.                                                                                                      

그리도 고운 단풍잎이 그 빛깔을 뿜어내기까지 수분 부족으로 인한 광합성 활동을 멈춰야 하는 엄청난 고통을 겪어낸다고 들었습니다. 결국엔 말라 땅에 떨어지기까지 사투를 벌이며 버티는 생존문제인 셈이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깊은 마음으로 살피는 배려가 깃든 세상이면 더욱 따뜻할 것 같아요.  어젯밤 하늘가 그 자리의 별들이 다시 빛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