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올림픽이었네


세계의 눈이 이곳에 쏠려있다.
지리 시간에 '리오데자네이로'라고 뜻도 모르며 외웠던 기억이 난다. '리우'라고 줄여서 말하는 이 도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세계3대 미항으로 손꼽힌다. 포르투갈어의 '히우 지 자네이로', 즉'1월의 강'이라는 말이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이 독립 후 1960년까지 수도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요즈음 뉴스와 사람들의 대화는 올림픽이 주제다. 뜨겁게 타는 캘리포니아 산불의 염려도 뒤로 한 듯하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스포츠 소식에 나도 관심이 많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지 25년이 지났건만 그래도 먼저 궁금한 것은 한국선수들의 활약이다. 그 다음 미국의 움직임을 살펴보게 되니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가끔 미국과 한국이 맞붙은 운동경기를 숨죽이며 시청할 때가 있다. 어느 편을 응원하는지 나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좋은 경기에 박수를, 안타까운 순간에는 아쉬움의 한숨만 내쉴 뿐. 승패 또한 크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이건 뭐지.

우리의 삶이 올림픽이다. 현재 세계 인구는 75억을 향해 가고있다. 실시간 통계 사이트를 열고 잠깐만이라도 시선을 멈추어 보시라. 순간 태어나는 사람은 입으로 하나, 둘... 셀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다. 방금 죽어간 이들의 숫자는 숨을 고르며 말할 수 있다.
각기 다른 모습과 성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구 위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가. 내 작은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무수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를 돌아본다. 감사의 마음을 가슴깊이 새긴다.
남의 불행에 비교하여 내가 가진 축복을 헤아린다는 것이 그리 마음 편한 생각은 아니지만, 우리는 늘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에 허덕이지 않는가.

나는 인생 올림픽에 나선 선수다. 같은 종목에서 겨루게 될 때에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경기 규칙이 있다. 거기에는 경기 질서를 위한 감독이 있고 내가 잘 싸울 수 있도록 작전을 일러주는 코치도 자리한다.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평소에 그토록 고통을 참아가며 준비한 실력을 펼쳐내야 한다. 절대적 집중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볼 것이며 선제 공격을 시도한다. 기선을 놓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영로봇이라 불리는 펠브스의 기사가 눈을 사로잡았다. 올림픽 역사상 23개의 금메달을 비롯 28개의 최다 메달 소유자다. 그가 수영선수로는 늦은 31세 나이로 금메달을 걸고 흘리는 눈물. 관중석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약혼녀의 환한 미소가 빛났다. 한때 화려한 선수 생활 뒤에서 방황했던 그가 가족의 사랑을 딛고 다시 선 것이다.

내 삶은 경기 후반을 지나간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반칙의 징계를 받고 서러워 했던 적도 있다.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해 아쉬움에 울었던 기억은 또 얼마인가. 판정이 공정하지 않다며 억울해 한 때도 많았다.

언젠가는 내가 올라선 경기장을 잘못 택하였나를 고민하기도 했다. 애초에 능력의 한계를 모르고 덤빈 건 아니었나. 궁핍했던 어린 시절부터 아예 부모님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은 무모한 객기였을까. 후회는 하지 않으련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성실히 임했다고 자부한다. 눈에 보이는 금메달은 없지만 결코 게임에서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겠다.

그렇게 게임의 시간은 흘러갔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각국 메달 획득 순위도 궁금하지만 올림픽 경기장 안팎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운동경기 뿐만이 아닌 인생경기의 다양한 종목을 구경할 수 있기에.
한국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메달을 따게 되든 아니든 스스로 만족하는 경기가 되기를.
두 번째 조국, 미국 선수들도 화이팅. 모두는 위대한 승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