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 선인장/김영화

 

*옥 크릭 트레일(South Oak Creek Trail) 하이킹에 나섰다.

 다행히 어제 래드 락 캐니온(red rock canyon)에서처럼 바람이 불지 않아 따뜻하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춤을 추는듯 자유롭게 흘러간다. 앞에 보이는 웅장한 바위산을 향해 돌서더릿 길로 반 시간 정도 들어간다. 윌슨 핌플(Wilson’s Pimple Loop)로 가는 길 양쪽으로 팔을 높이 든 좌슈아 트리가 우리를 반겨준다. 밤새 내린 이슬을 머금은 잎사귀는 아침 해의 입 맞춤으로 반질반질 윤이 난다. 좌슈아 트리 머리 마다 20 여개 정도의 큰 대추 크기의 갈색 열매들이 열렸다. 전에 좌슈아 트리의 하얀 꽃들은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풍성한 열매는 처음 보고 만져본다.

 

 윌슨 핌플, 그리 높지 않은 돌산을 호기심에서 올랐다. 지난 몇주간 내린 비와 눈으로 사막의 선인장들은 마치 봄의 축제를 누리는 것 같다. 붉은 돌 사이사이에 수 없이 많은 골든 배럴 선인장(Golden Barrel Cactus)이 연한 핑크 빛 새로운 잎으로 모자를 쓰고 온순한 새색시처럼 단장을 했다. 어리고 연한 순을 생각하며 가만히 쓰다듬어 주려 살짝 손을 대니, 아차! 쇠 못보다 강하고 뾰족한 잎이 손을 찌른다. 겉 보기와는 아주 다르다. 선인장의 가시가 날카로운 이유는 사막과 같은 건조 지역에서는 물을 노리는 적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시내부에 솜털이 돋아나 있다. 이 솜털로 최대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한다. 솜털 모양을 갖고 있음으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최대한 많은 물을 머금을 수 있다. 그래서 물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막 동물의 먹이감이 된다. 베럴 선인장은 천천히 3피트 높이 2피트 넓이까지 자라며 30년 산다고 한다. 다람쥐, 산양들의 먹이가 되며 봄에는 노란 꽃이 피어 꿀벌, 나비의 먹이가 된다. 강우량이 년중 500 mm의 주로 화산으로 된 바위의 경사진 비탈길에서 자란다.

 

 사막에서 비밀의 물과 숨겨진 생명력을 만나보고, 알아보는 귀한 체험을 한다.  골든 베럴 선인장으로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과 번식하는 방법과 외유내강의 지혜를 배운다.

외유내강 이란 겉은 순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은 곧고 굳세다.’ 사전에 쓰여있다.

봄 비를 맞고 나온 대나무 숲의 죽순, 양지 바른 논 둑에 언 땅을 뚫고 나온 연 초록색 쑥, 산골의 숲사이에 나오는 어린아이 손 같은 고사리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이처럼 순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저절로 마음이 간다.

다른 사람에게는 온유한 마음으로 관용하며 자신에게는 전쟁터에 나가는 용사 같아야 한다는 증조 할머니 말씀이 생각 난다. 

 

 나는 어려서 증조 할머니를 비롯해서 조부모님, 부모님, 우리 6 형제 자매와 집 안 밖에서 일 하는 분들로 대가족이 한 집에 살았다. 어린 시절 농촌의 긴 겨울은 춥고 어려웠다. 우리 동네에는 굶는 사람들이 많았다. 증조할머니는 우리도 점심 한끼는 증조할머니를 비롯해서 온 식구가 고구마와 동치미로 때우고 그 양식을 굶는 동네사람에게 나누어 주라고 명하셨다. 온 식구가 할머니의 말씀에 순종하는데 집 마당 눈을 치우며 소, 돼지 먹이를 주는 일을 하는 19살 일군이 자신은 일을 하기 때문에 배가 고파서 안된다고 불평을 했다. 그 청년은 할머니의 질책을 받고 우리 집에서 나가야 했다. 평소 타인에게는 온유하시면서도 집안 가족들은 엄하게 다스리시던 분이었다. 우리에게 타인에게는 유순하고 자신과 가족에게는 엄격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베랠 선인장은 물이 귀한 사막에서 자신의 몸 안에 물을 저장하고 외부의 적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간다. 사막의 벌과 나비, 다른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영양과 물을 제공한다.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세상은 사막과 같이 변하고 있다.

안으로는 어려움을 극복할 줄 알고 밖으로는 온유하고 관대한 베럴 선인장에게서 삶의 지혜를 얻어간다.

   

     

* South oak creek trail: Las Vegas 가까이 있는 Red Rock Canyon 근처에 있는 트래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