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들과의 테미큘라 방문/김영화

 

 간밤에도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로 잠을 설쳤다. 

날씨가 예년처럼 좋았더라면 채널 아일랜드의 중의 하나인 아나 카파 섬으로 일일 여행할 계획이었다. 2 하순인데 근래 캘리포니아에 찾아온 겨울 폭풍으로 배가 없게 됐다. 바쁜 일정 중에 여행을 위해 하루를 비워 두었는지라 그냥 보내기가 아쉬웠다. 풍선만큼이나 부풀었던 여행의 꿈을 보상 받고 싶었다.

 

 테미큘라에 사는 교수에게 문우 4명과 우리, 6명이 테미큘라 와이너리 구경을 가니 투어 가이드 달라고 부탁했다. 나와 동향인 교수 가정을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된지 얼마 된다. 알아 갈수록 겸손하고 마음이 통하는 따뜻한 성품을 가진 분이다.

 

 테미큘라는태양의 장소 뜻하는 테메큘라 원주민 단어에서 유래했다.

와인 애호가들의 10 여행지로 팜투 테이블 식당에서 식사도 즐기며 와인도 만끽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면서 캘리포니아 주의 와인 산지다.

구불구불한 토스카니 풍의 언덕과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기후가 특징인 곳이다.

5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고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샤르도네와 같은 인기 와인과 다양한 품종의 수제 와인과 수제 맥주와 증류주를 맛볼 있다.

 

  시간 걸려 가는 동안에도 잿빛 하늘에서는 진눈깨비와 비바람이 몰아쳐

밖이 보이지 않기도 했다. 

고속도로 가까이 산위에는 눈이 가득 쌓였고 레이크 시노 산등성이엔 비에 젖은 주황색 파피꽃, 보라색, 빨간색 꽃들이 주체할 없는 봄의 재촉을 막지 못하고 이른 잔치를 열었다. 우리도 목청을 가다듬고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우아하게 노래를 불러 터지듯 피어나는 꽃들에게 답례했다.

 

 끝없이 펼쳐진 와이너리를 지나 꼬불꼬불 올라 산꼭대기에 있는 지인의 집에 점심때가 거의 돼서 도착했다. 진눈깨비가 내리더니 잠깐 멈춘다.

교수 내외는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들인다. 부인이 직접 구워낸 구수하고 달콤한 쿠키와 차를 마신다. 문우들이 연주하는 우쿠렐라와 하모니카에 맞춰 부르는 싱얼 롱은 벽난로의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열기를 무색하게 했다. 오카리나 연주 소리는 내리는 위에서 어울리는 새소리로 감동적이다. ‘ 내리는 5행시를, ‘겨울 소풍으로 4행시를 지어 우리의 마음을

나누었다. 번도 시를 써보지 않았다는 안주인도 4행시를 보내왔다.

오는 /티나

 

촉촉이 내리던

당신이 풀어 놓은 웃음보따리

것은 보따리에서 피어오른 하얀 행복이라네.

마다 당신이 두고 가신 보따리를 만지작거리며 기다림을 배우렵니다. 

 

 집주인을 따라 5에이커의 아름다운 조경과 과실수들, 주위의 풍경을 돌아보았다. 세차게 몰아치는 한파에도 사과나무는 분홍 꽃을, 살구나무는 하얀 꽃을 잎씩, 잎씩 교향악을 연주하는 지휘자를 따라 입을 연다.

수영장 앞에서 보이는 아래의 물안개에 젖은 스키니 호수(skinny lake)에는 산과 구름이 들어있다. 뒤쪽으로는 우리가 자주 등산 다녔던 발디 산과 빅베어 산이 보이니 반갑다. 눈에 덮인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서 신선하다. 교수 부부는 여름에 속을 뚫리게 하는 시원한 바람에 반하여 집을 사게 됐다고 한다.

 

  주위의 올리브나무, 뽕나무, 소나무, 온갖 과실수, 그리고 장미를 비롯한 아름다운 화초를 심은 화분, 정자들, 돌담들은 마치 예술 작품 같다. 잡풀만 무성했던 언덕에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부부가 4 동안 매주 3-4일을 일벌처럼 일해서 만들어 아름다운 맨션이다.

본채에서 수십 미터 아래 게스트 하우스 가는 길에 운치 있는 정자를 만들어 쉬어 가게 했다. 3베드룸의 단정한 실내에 들어가 탁구를 치며 몸을 풀었다. 멋지게 만든 부엉이 집을 바라보며 재미있는 이야기 듣는다. 지금은 비어 있는 부엉이 집에 3월에는 부엉이가 돌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길러 살다가 가을이면 어디론가 떠난다. 전에는 두더지와 새들 때문에 과일을 수확할 없었는데 부엉이가 후로 불청객들이 오지 않아 손실 없이 수확하게 됐다고 한다.

 

  교수 부부를 따라 그가 가지고 있는 와이너리 멤버십 하나인 미라몬테 와이너리에 점심을 하러 왔다. 비가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라 오는 길은 한산하다. 파란 잎과 포도열매로 풍성했던 지난여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앙상한 굵은 가지만 남은 포도밭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와이너리에 들어서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써빙하는 젊은 직원들도 활기차 보인다. 카베르네 소비뇽 고급와인과 피자, 샐러드로 점심을 하며 우리는 교수 부부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문우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비바람이 쳐도 즐겁고 산이나 섬에서도 보고 쓸게 많아 좋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유머 넘치는 말과 글로 쉽게 마음이 통한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만나도 행복한 문우들과 함께 사월의 여행이 기다려진다.

교수 내외의 따뜻한 마음과 와인 병씩을 선물로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베풀며 사는 정이 많은 이들에게 감사했다. 시원한 바람이 유혹하는 여름이 오면 다시 방문하여 우리의 기쁨과 사랑을 듬뿍 담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