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즘수필
2악장의 삶
유숙자
옐로스톤을 다녀왔다.
3033마일의 대 장정. 70대의 4가족이 운행한 10일간의 여행이다.
젊었을 때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감성에 따라 즉흥적으로 떠났다. 눈은 모든 현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냈고, 귀는 미세한 소리까지 음악으로 들었다. 눈 감고 귀 막고 있어도 자연의 교향곡을 들을 수 있었다.
여행은 음악이다.
숨을 쉬며 같이 살아온 삶이다.
음악이 마음을 따랐는지 마음이 음악을 따랐는지 자연은 끊임없이 음악을 들려주었다.
Brink of upper falls. 폭포를 만났다.
세 줄기 거대한 폭포가 하나 되어 웅장한 위용을 뽐내며 떨어지다 이내 템포를 바꾸었다. 폭포와 물의 분리가 이처럼 극명할 수 있을까. 눈을 의심할 정도로 급격한 변화. 가장 무심한 상태에서 흐르는 잔잔한 물결. 마치 터질듯한 1악장 알레그로, 마지막 카덴차가 클라이맥스로 끊어지고 나면, 아다지오의 느리고 감미로운 2악장 연주의 펼침 같다.
장엄한 자태는 신의 영역에 속할 뿐이다. 폭포는 이미 소리의 차원을 벗어나서 바람처럼 춤을 춘다. 그 앞에서 인간은 한 음표 만큼 작아진다.
삶이 그랬다.
2악장을 그리며 1악장 상태였다.
누군가 미래를 기약하며 사라진 길 위에서 빠르게 다른 삶을 이어 갔다. 삶도 음악도 2악장 상태를 꿈꾸며.
급할 것 없어. 아주 천천히. 시간을 서두르지 마라. 오늘은 하루뿐 다시 오지 않는다.
Brink of upper falls의 속삭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