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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너하임 힐 산불을 보면서                                                     김수영


   우리 집에서 가까운 아나하임 힐 산불을 보면서 십여 년 전 코로나에서 발생한 산불이 생각났다. 브레아에 까지 불길이 번져 친구와 지인들이 살고 있어서 조마조마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나 드라이브 웨이에 세워 둔 자동차에 가려고 앞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하늘이 캄캄하고 바람이 몹시 불고 메케한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동차 위에는 회색과 까만 재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옛날 경험에 비추어 분명 산불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나는 깜짝 놀라 집안에 들어와 TV를 켜 미국방송 뉴스를 들었다. 

   이번 화재로 타버린 집이 오렌지 카운티에만 16체가 되고 부분적으로 화재로 파손된 집이 200여 채나 된다고 했다. 8,000 에이크의 산림과 나무가 타 버렸다는 소리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금할 수가 없었다. 북가주 나파지역에도 불이 나 모두 3,500채의 집과 건물이 전소되고 120,000 에이크의 산림과 대지가 불에 탔다고 한다. 더욱 24명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하니 사랑하는 가족과 집을 잃은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가족과 보금자리를 잃고 망연자실 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불 속에 쌓여있다. 지구 중심핵 속에는 액체로 된 마그마가 끓고 있고 사방에서 지진과 화산이 폭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백두산에도 언제 화산이터질지 모른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에도 화산이 활동하고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몰라 주민들 대피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북한 김정은 정권은 각종 핵무기를 발명하고 수소탄까지 만들어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도 전쟁에 사용할 가공할만한 핵무기들을 만들어 놓았다.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가면 자연히 터지게 되어 있다고 한다. 하늘에는 음전기 양전기로 꽉차 언제 벼락이, 소돔 고모라처럼 하늘에서 유황불이 떨어질지 모른다. 지구는 정말 일촉즉발로 불바다가 될 수 있다. 

   구약성경에 모세가 호렙산에 이르렀을 때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여호와의 사자가 나타나 이곳은 거룩한 곳이니 신발을 벗으라고 했다. 모새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부르는 순간이었다. 떨기나무에 불이 붙어 타고 있었지만, 떨기나무는 살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몇 년 전에 북가주에 있는 Muir Woods National Monument에 관광을 간 적이 있다. 이곳은 레드우드로 유명한 곳이다. 미국인 안내원은 불에 그슬린 2,500년이나된 레드우드 원시림을 가리키며 놀라운 얘기를 해 주었다. 200여 년 전에 북가주에 역사 이래 가장 큰 화마가 이곳을 덮쳤다고 했다. 모든 나무와 숲은 깡그리 타 죽었지만, 이 레드우드 윈시림은 나무껍질만 불에 그슬리고 타 죽지 않고 살아 있어 가장 오랜 수명을 자랑한다고 했다. 사람 10여 명이 팔을 벌리고 끌어안아도 모자랄 정도로 몸 둘레가 엄청나게 넓고 키가100 m 넘게 자라고 있다. 

   이 나무가 불에 타죽지 않은 것은 나뭇결이 단단하기로 유명한 섬유질로 되어있고 나무 속엔 천연방부제인 타닌산이 들어 있어 해충이나 곰팡이가 기식할 수 없다고한다. 이 삼나무도 불이비켜가고 말았는데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떨기나무처럼 나약하지만, 하나님의 성령의 불로 충만하면 말세의 어떤 불시험도 이길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말씀과 기도로 무장하여 어떤 불심판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조용이 사과나무를 심는다.’라고 말한 스피노자가 생각나는 하루였다./중앙일보 ‘이 아침에’(10-16-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