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에서] 우리 안의 ‘생각하는 사람’을 깨울 시간

 댓글 2025-12-25 (목) 12:00:00 성민희 소설·수필가
 
흥미로운 점은 그 아비규환의 난장 꼭대기에 <생각하는 사람>이 고요히 앉아있다는 것이다. 지옥의 입구에 새겨진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절망적 선언을 발밑에 둔 그는, 고통을 외면하지도 그 안으로 뛰어들지도 않는다. 다만 응시한다. 그는 온몸으로 말한다. 절망을 마주하는 정신이 살아있는 한 희망은 사라지지 않으며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는 자는 아직 지옥의 문턱을 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시간의 문이 열리고 있다. 우리는 ‘희망’이라는 화사한 말로 새해를 포장하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채 치우지 못한 고난의 잔해와 삶의 해묵은 과제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그것을 어쩔 것인가. 현실 도피로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설 것인가. 다짐이 필요한 시간이다.

로댕은 <생각하는 사람>을 통하여 삶의 문제와 똑바로 눈을 맞추며 절망을 정면으로 응대할 수 있는 사람만이 비로소 고통을 객관화하고, 그 속에서 빠져나올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가져야 할 희망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의 문턱에 앉아 고통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의미를 조각해 나가는 긍정적인 의지다. 스스로 만든 생각의 덫에 함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비극 속에서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남을 수 있다. 새로 주어지는 귀중한 시간이 온다. 새해에는 우리 각자가 자기 삶의 정점에 앉아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비록 발밑이 소란스러울지라도.

2026년이 우리에게 말한다. “여기 들어오는 사람은 희망을 가져라”

 

<성민희 소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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