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화) 12:00:00 정유환 수필가
기원전 600년경 정전기 현상의 발견으로 전기의 역사는 시작됐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의 백열전구 발명으로 비로소 전기의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에 전기가 온 건 1887년 고종 때였다. 이후, 내가 사는 시골까지 전기가 오는데 80년의 세월이 걸렸다. 면 소재지인 우리 동네에서 오리, 십 리 떨어진 동네에 전기가 들어가기까진 이후 몇 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전기가 왔어도 TV는 몇 동네에 한두 대 정도 있었으니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경했을 리 없었다. 카드에서 본 트리 그림이 전부였다. 그 트리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고 불을 밝혔다는 건 가슴 뿌듯한 일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수없이 자랑하고 다녔다. 어떤 아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기 위해 예배당에 오기도 했다.
트리에 장식을 매어 달고 있는 손주에게 할머니는 이런 장식을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믿을는지 모르겠다. 동방박사 인형, 흰 눈, 크고 작은 별을 각색의 반짝이 종이로 만들어 달았다고 하면 동화 얘기를 하는 줄 알겠지? 세상은 변하고 저 애들이 어른이 되었을 땐 어떤 신기한 문물이 사람을 놀라게 할는지 알 수 없다.
말없이 서 있는 트리를 본다. 아무리 화려한 장식을 했어도 60년대, 전깃불도 없던 시절의 그 소박한 트리보다 아름다워 보이지도 가슴 설레는 감동을 주지도 않는다. 고사리손을 호호 불며 트리를 만들던 그때, 가위질하는 손마다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그 트리에는 예수님의 오심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순수(純粹)가 있었다.
<정유환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