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1 (목) 12:00:00 한 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
젊은 경찰과 그의 아버지인 노련한 경찰은 오랜 가정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아버지는 무모하게 수사를 밀어붙이는 아들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인질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종잡을 수 없는 말들만 하니 경찰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감쪽같이 사라진 범인을 추적하던 경찰은 어느 순간 아버지가 그 여인을 도운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 되고, 마침내 사건 조사를 조용히 마무리한다. 피해가 전혀 없었던 인질극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아들은 십대 시절,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던 중년 남자를 구하지 못했던 기억으로 자신이 늘 시달려 왔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아버지의 선택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결말에서 인물들은 저마다의 변화를 맞으며 새해를 새롭게 시작한다. 강도를 시도했던 그녀는 주위의 도움으로 다시 안정된 삶을 되찾고, 불안과 자책에 시달리던 은행 간부는 10년 동안 열지 못했던 고객의 편지를 마침내 펼쳐 본다. 그 안에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오랜 세월 얼마나 불필요한 불안에 갇혀 있었는지 깨닫고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이 작품은 범죄 수사극의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완전하고 어수룩한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여전히 서로에게는 타인으로 남고, 때로는 각자가 서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도 모른 채 지나치곤 한다.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외로움과 상실, 두려움과 공감, 그리고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1년에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6부작 미니시리즈로 제작하였다.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을 더욱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냈으며. 북유럽의 겨울 풍경을 차분하게 담아냈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정이지만, 우리는 서로를 통해 일어설 수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이해받을 수 있으며, 실패한 사람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작가 배크만은 전한다. 그는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로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회복력을 보여준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실패감과 공허감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라”는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메시지를 남긴다.
<한 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