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2 (화) 12:00:00 김영화 수필가
1937년 일제 강점기 고향을 떠나 연해주 등 동아시아 지역에 이주했던 고려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강제로 기차에 올라 6,600km를 달려 카자흐스탄 동부, 우슈토베에 도착했다. 총 17만 명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지역에 이주됐다. 이들이 바수토베라는 언덕 밑에 토굴을 파고 첫 혹독한 겨울을 살아 남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았다는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 멍해진다. 그들은 집단 농장(콜호즈)에서 척박한 땅을 일구어 벼농사와 여러 농작믈을 심어 공동판매하며 자녀들을 도시로 보내 고등교육을 시켰다. 지금 0.6%밖에 안 되는 고려인을 카자흐스탄을 부유한 국가로 만든 기적의 민족이라고 한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질료니 바자르 전통시장에서 고려인 4세인 40대와 60대의 여인이 주인인 반찬 가계에 들렸다. 그곳에는 고려인 반찬들(함경도식)김치,당근무침과 오이 당근 연어를 넣어 만든 김밥도 있다. 언어는 잊어도 입맛은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러시아어와 카자흐스탄어를 쓰는 반찬 가계 주인은 한국말을 모른다. 우리 민족을 먼 곳 타지에서 만나니 반가워 뜨겁게 포옹하고 싶은 마음뿐, 서로 멀동멀동 쳐다보며 어색한 미소 만 짓는다. 상점에 간장, 된장, 라면 등 한국 음식과 생활용품을 파는 고려인 3세, 60대 잡화상 주인은 고향이 함흥이었다는 조부모로부터 배운 한국말과 글을 잘 읽고 쓴다. 자녀들을 조상의 고향에 보내고 싶다고 한다. 나는 한국말이 서툰 우리 아들과 손주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됐다.
카자흐스탄이 세 나라(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중에서 제일 부자(GDP 12,000)가 되는데 크게 기여한 우리 민족, 고려인의 후예는 어디에 살든지 그들이 가는 곳은 축복의 땅이 되리라.
<김영화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