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지/ 택시를 타고
택시를 탔다. 60대는 족히 되어 보이는 아저씨다. 백밀러로 힐끗 보더니 여기에 사는 사람 아니죠, 한다. 부산사람이라고 했다. 그게 아니라 한국사람 아니죠, 다시 묻는다. 엘에이에서 왔단 소리에 한 번 더 힐끗 한다.
자기는 아직 부산에도 못 가봤단다. 비행기는 물론 타 볼 엄두도 못 내고 산단다. 경기도에서 나서 여태껏 아래쪽으로는 갈 일이 없었다고. 아이들도 다 키웠을 테니 시간 내어 여행도 좀 다니시라 했다. 또 힐끗 본다. 이제는 더욱 못해요. 남자 아이 둘이라 어려워요. 핸들에서 손을 떼어 손사래를 친다. 아이들이 직장 생활할 텐데... 내가 말을 흐렸다. 애들이 어릴 때는 학비 대느라 힘들었고 이제는 아이들 결혼 비용 마련이 예삿일이 아니라고 한다. 요즘 신붓감들은 절대 셋방살이로 시작하지 않으려고 하니 하다못해 전셋집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아들의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다 한다. 도대체 월급을 얼마 받느냐니까 평균 200 만원 선이라고 한다. 여자 친구 생겨 데이트라도 하면 전혀 저축이 안 되는 형편이라니 남의 일이라도 딱하다. 미국은 안 그렇죠? 금방 이민이라도 떠날 말투다.
부모가 열심히 벌어 공부 시켜주는 것으로 끝이면 좋으련만 결혼 비용까지 책임져주어야 하는 현실인가보다. 자녀 학원비 마련을 위해 어머니가 파출부를 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자녀 결혼 비용 마련을 위해 택시 운전을 하는 아버지가 있다는 건 처음 듣는다. 평생 경기도 구석의 작은 마을과 서울을 벗어나 보지 못하고 살아온 인생. 그것도 모자라 자식의 눅눅한 인생까지 덤으로 짐을 져야하는. 부모 노릇의 끝은 어디일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도로가 너무 밀린다.
<사람이 고향이다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