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 지미, 선미, 풍미:우리 감칠맛

 

맛있다와 맛나다! 비슷한 말 같지만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그냥 맛있다보다 맛나다가 속에서 깊은 맛이 진하게 우러 나올 것처럼 여겨진다.

 

맛나다는 표현을 미미(美味)라고 한다. 우리말 사전에도 나오는 단어지만 잘 쓰이지 않는다. 그냥 맛있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맛, 美味! 뜻이 멋지다. 지미(旨味)도 있다. ()는 맛있는 음식이다. 숟가락()이 입()에 들어갈 정도로 맛나다는 뜻이다. 어르신들께는 밥이나 식사가 아니라 진지라는 우리말을 쓴다. 온갖 정성을 들이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에서 진지(盡旨)라는 한자말도 된다. 짜고 시고 달고 쓴맛(四元味)을 아무리 조합해도 맛나는 맛을 낼 수 없다. 사실 학교 때 배운 혀의 맛 지도는 누군가 대충 끼워 맞춘 엉성한 졸작이었다. 맛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몰려있는 혀 속의 수천 개 미뢰(味蕾)는 네 가지 맛만이 아니라 다양한 맛들을 수용한다. 그중에서 제5원소처럼 제5미가 있다. 1908년 일본인이 우마미(うま)라고 했다. 오이시이(おいしい), 딜리셔스(delicious)를 넘는 맛이다. 선미(鮮味), 풍미(Savory taste). 우마미를 내려고 조미료가 개발되었다. 우마미는 우리말로 감칠맛이다. 혀에 착착 감긴다는 뜻이다. 색에도 색깔이 있듯이 맛에도 맛깔나는 맛이다.

 

 

우리 감칠맛은 MSG 차원의 순한 우마미로 형용할 수 없는 거친 야성의 맛이다. 구수한 장맛, 마늘의 아린 맛, 고추의 매운맛 등이 섞이며 어우러진다. Mix and Match의 진수다. 간장과 다시 국물로 맛을 내는 저들의 밍밍한 수준으로 헤아릴 수 없고, 화학적으로도 분석하기 힘든 우리 징한 감칠맛이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