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려고’와 ‘쓰려고’ ‘줄려고’와 ‘주려고’ ‘잘하려고’와 ‘잘하려고’


“오랜만에 편지를 쓸려고 하니까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일로 네게 상처를 줄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내가 잘할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 사이가 왜 이렇게 멀어지는지 모르겠다.”

헤어질 위기에 처한 어느 연인들의 편지를 살짝 훔쳐봤다.
읽다 보니 어법에 맞지 않은 곳이 눈에 들어온다.


'쓸려고/줄려고/잘하려고'가 바로 그 부분이다.
이 단어들의 기본형은 '쓰다/주다/잘하다'이다.
여기에 연결어미 '-려고'를 붙이면 '쓰려고/주려고/잘하려고'가 된다.
'-ㄹ려고'라는 어미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쓸려고/줄려고/잘하려고'와 같이 쓸 수 없다.

이처럼 '-려고'를 붙여야 하는 부분에 '-ㄹ려고'를 쓰는 이유는
'팔려고/만들려고/(동호회에) 들려고'와 같은 단어를 보고
'-ㄹ려고'라는 어미가 존재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팔(다)+려고 / 만들(다)+려고 / 들(다)+려고'는 어간 자체에 원래
'ㄹ'이 들어가 있는 단어에 어미 '-려고'가 붙은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