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된다’고 하지 마세요 / 김재욱

 

 

생각된다, 확인된다, 판단된다, 예상된다….

 

이런 ‘된다’는 말을 참 많이 쓰는 이상한 세상입니다. 다 틀린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에 없던 말이기 때문입니다. 본디 우리말에는 피동 표현은 있어도 수동 표현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때렸다와 맞았다, 잡았다와 잡혔다 같은 표현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생각한다와 생각된다, 판단한다와 판단된다는 괜찮지 않습니다. 이런 말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영어의 수동태 표현을 그대로 번역해서 쓰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졌습니다. 요즘은 교과서에서도 이런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글쓰기에도 이런 틀린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은 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려 하지 않았지만 상황과 정황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 됩니다. 판단도 마찬가지. 판단은 스스로 내리는 겁니다. 자기가 판단을 해놓고선 판단된다는 이상한 말을 모두가 쓰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이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면 됩니다.

 

모든 언론사와 방송사가 예를 들어,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되었습니다’라는 말을 씁니다. 확인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닙니다. 한겨레가 취재하여 확인하는 겁니다. 예상도 마찬가지. “내일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라는 말은 우리말에 없습니다. “내일은 비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