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무 / 이현재

 

현관에 있던 돈나무가 얼어 죽었다.

우리 집에는 고무나무와 행운목, 호접란, 산세베리아 그리고 벤자민 등 공기 정화에 좋은 여러 종류의 화분이 있다. 따뜻한 봄이 오면 이 화분들은 베란다로 나가 여름을 보내고 겨울이 다가오면 추위를 피하기 위해 거실로 들어온다. 그러나 현관에 따로 떨어져 있던 돈 나무는 이번 겨울에 거실로 들어오지 못했다.

돈나무가 베란다에 있었다면 다른 나무들과 함께 거실로 들어왔을 텐데, 현관에 있게 된 이유는 나의 ‘팔랑귀’ 때문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집안 풍수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현관에 돈나무를 두면 재물운이 있다고 했다. 순간 베란다에 있는 돈나무 화분이 떠올랐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됐을 게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현관을 오가며 푸른 식물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재물운이 있다, 없다.’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지만, 돈나무를 현관으로 옮긴 후 내가 계약직으로 재취업하게 되었다. 점을 본 후 들은 말을 비슷한 사건과 연관 짓듯이 재취업 또한 재물운의 일부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돈나무는 여름 내내 햇볕과 온도가 적절했는지 싱싱하게 자라 나를 반겨주었다.

매년 꽃을 피우고 있는 호접란은 아내가 정년퇴직할 때 동료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자연스럽게 행복이 날아온다는 꽃말을 가진 호접란은 아내를 상징한다. 행운목은 아내가 둘째를 품었을 때 자동차 트렁크에 행운목을 싣는 꿈을 꾸고 나서 키우기 시작했다. 그 후로 행운목을 보면 둘째 딸이 떠오르곤 했다. 돈나무는 내가 퇴직할 무렵에 회사에서 가져왔다.

돈나무와의 첫 만남은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있던 해였다. 많은 동료가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났고 그로 인해 빈 책상과 주인을 잃은 화분이 생겨났다. 돈나무는 그 무렵에 굴러다니던 화분 중 하나였다. 주인을 잃은 화분은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서서히 말라갔다. 볼품없는 화분은 밖으로 내몰렸고, 화단 구석에서 화분과 흙이 분리되는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마주친 돈나무 화분은 주인을 떠나보낸 시간이 제법 되었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색이 바랜 플라스틱 화분에 살아있는 줄기는 두 개뿐이었고 그마저도 끄트머리 잎은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바닥은 마치 등 떠밀려 나간 동료의 상처를 보여주듯 줄기가 잘려 나간 밑동만 흉터처럼 드러났다.

남은 줄기 두 개가 구조조정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내 처지와 비슷해 보여 동병상련의 마음이 느껴졌다. 돈나무를 들고 사무실로 왔다. 쌓인 먼지를 닦아주고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겨울에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을 신문지로 막아주고 물 주는 법을 배워 보살폈다. 다행히 한겨울 밤에 온기가 없는 사무실에서 얼지 않고 잘 버텨주었다. 반은 돈나무의 자력으로 반은 나의 정성으로 이듬해에 여러 개의 새싹을 틔워 식구를 늘렸다.

퇴직 무렵에 사무실을 이전했다. 새로 옮긴 사무실이 협소하여 화분 놓을 공간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많은 화분이 버려졌다. 창가에 있던 돈나무도 적절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그동안 정성껏 키워온 돈나무를 그냥 두면 버려질 것이 뻔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집으로 가져온 돈나무를 아내는 큰 화분으로 분갈이해주고 정성껏 보살폈다. 이전에 있던 곳이 좁았던 탓인지 분갈이한 돈나무는 식구가 많이 늘어났다. 몇 년 사이에 베란다에서 가장 풍성한 화분으로 변모했다. 새싹이 돋아나거나 풍성해져 가는 줄기를 볼 때마다 아내는 제대로 자리를 찾아온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그런 돈나무의 죽음은 아내에게 특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더욱이 여행 중에 발생한 일이어서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일어났다. 거실에 들여놓으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좋지 않았다. 며칠간은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점점 색깔이 변해갔다.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줄기들이 하나둘 힘을 잃고 늘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한꺼번에 주저앉아 버렸다. 안타까운 모습을 아내에게 보이기 싫어서 빈 화분만 구석진 곳으로 치웠다.

다니던 직장에서 근무 계약 기간을 봄까지 연장한다고 했지만, 작업 일정이 당겨져 연말에 마무리되었다. 회사는 기간 단축으로 예산 절감 효과를 보았지만 반대로 나는 계약기간이 줄어든 만큼 급여가 사라졌다. 계약기간 단축은 돈나무가 얼어 죽기 이전에 결정되었다.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얼어 죽은 돈나무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창밖에 부슬비가 내리고, 벚나무 가지는 거무튀튀한 모습으로 비를 맞고 있었다. “지금 내리는 비를 봄비라고 해야 하나요.”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대답 대신 나를 불렀다. 창가에 놓인 호접란에 꽃대가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 옆 돈나무를 번식해 놓은 작은 화분에는 서너 개의 새싹이 돋아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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