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2019


정확히 작년 오늘이었다. 4 초순이긴 했지만, 햇볕이 따갑고 몹시 더운 날이었다. 그즈음 토끼들이 화단에 자주 드나들며 돋아나는 연초록 잎들을 마구 뜯어 놓았다. 우리는 토끼가 들어와 여린 잎을 헤치는 것을 막으려고 플라스틱 망을 사다가 보호막을 설치했다. 그런데 그날 보호막 구멍 사이로 방울뱀이 걸려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방울뱀의 몸이 망에 반쯤 걸려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모습이었다. 비록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급하게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협회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우리에게 여러 가지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직원은 우리가 전해준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그 뱀이 이미 죽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그 직원이 알려 준대로 먼발치에서 물을 뿌려 보았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먹이를 발견하고 망에 난 구멍으로 들어가서 배를 채운 뒤 몸이 불어나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그 뱀은 우리 집 화단을 우연히 지나치다 운 나쁘게 걸려든 뜨내기 뱀이 아니었다. 우리 집에서 몇해를 살면서 달갑지 않은 조무래기 짐승들이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지켜준 고마운 뱀이었다. 가끔 그 뱀이 동아리를 틀고 나무 밑에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무섭기보다는 든든한 마음이 들곤 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같지만 몇해를 함께 지냈으니 정도 들었다. 바로 그 뱀이 따가운 볕에서 좁은 틈에 끼여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죽어갔을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몸이 먹이를 먹은 후 불어나 들어간 구멍으로 되돌아 나오기 어렵다는 소중한 교훈을 죽음과 바꾼 것이다. 우리는 긴 막대기로 뱀을 끌어내서 뒤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뜨려 놓있다. 그러고도 마음이 아파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아마도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아 커다란 매나 굶주린 카요테의 먹이가 되었을것이다. 

그후 우리는 구멍에 걸려 비참한 죽음을 당하는일이 다시는 없도록 망의 구멍이 작은것을 사다가 바꾸어 설치했다. 그러고도 일년동안 우리는 두고두고 그뱀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아쉬어했다.  

새봄이 돌아오고 곳곳에서 뱀의 출현소식을 들었다. 겨울잠에서 방금 깨어 나온 뱀은 위험하다. 특히나 어린뱀의 출현은 우리에게 어떤 해를 끼칠런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맘때면 이웃으로부터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메시지를 자주 받곤 했다. 

오늘 아침을 준비 하려는데 카메라를 가지고 빨리 뜰로 나오라고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던일을 멈추고 서둘러 나가보니 꽤 커다란 방울뱀이 작년에 뱀이 죽은 그 자리에서 커다랗게 동아리를 틀고 있었다. 뱀을 만나는 순간 바로 일년전 그곳에서 죽음을 당한 방울뱀이 생각났다. 왠지 이 뱀이 작년에 죽은 뱀과 각별한 관계가 있어서 나타난 것만 같았다. 어쩌면 아들일 수도 있고 남편이나 부인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했다. 

사막을 막론하고 어느 곳이든 뱀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무서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뱀에 대해 잘 알고 주의하면 그들도 역시 다른 고마운 동물처럼 우리들의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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