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히치콕의 기억한다. 수천마리의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와 인간을 해치던 섬뜩한 영화였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새가 아니고 예쁜 나비라면 하는 상상 또한 해볼 수 있는 일이다. 

지난달 캘리포니아를 운전해서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종일을 운전해서 목적지 칼스배드에 도착했다. 숙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자동차 본넷 틈에 나비 한 마리가 끼여 죽어 있었다. 장거리 여행을 하다 보면 으레 많은 벌레가 무참하게 차창에 부딪혀 죽임을 당하는 모습은 많이 보았다. 하지만 나비가 차 본넷 틈에 끼여 처참한 죽임을 당한 것은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그 나비는 마치 어릴 적 곤충 채집을 하면서 노트에 눌러 놓았던 것처럼 건드리자마자 파삭하니 부서지면서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차 틈에 끼여 한참을 파닥거리며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나비를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비가 꽃을 찾아 예쁜 모습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은 우리를 늘 즐겁게 해준다. 그뿐 아니라 꽃에서 꽃으로 꽃가루를 옮겨 열매도 맺게 해준다. 그래서 나비는 우리의 식량 공급에 빼놓을 수 없는 공헌을 하는 고마운 곤충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나비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는 기사를 최근에 읽은 적이 있다. 나비는 해마다 3000 마일을 날아 멕시코를 거쳐 미주로 이동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기온변화와 멕시코의 추운 겨울탓으로 수백만의 나비들이 이동하면서 죽임을 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산란하는데도 영향을 끼쳐 많은 알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즉어가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칼스배드에서 지낸 바로 다음 날 아침, 올봄 뜻하지 않게 많은 나비가 때를 지어 날아들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지난해 겨울과 올봄에 충족하게 내린 비로 먹을것이 풍부해져 나비들이 엄청나게 산란을 하는 탓이라고 했다. 실제로 운전하는 곳마다 나비들이 떼로 날아들어 금방이라도 캘리포니아를 뒤덮을 것만 같았다. 

여행을 마치고 샌디에이고 8번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수천의 나비들이 몰려들었다. 마치 나비 소나기가 쏟아지는 듯 해서 계속 와이퍼를 작동하지 않고는 앞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애리조나로 들어오자 쏟아져 날아들던 나비들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었다. 

수천의 나비들이 긴 여정을 나와 함께 하며 죽음으로 고속도로를 달려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차 그릴에 끼여 죽임을 당한 수많은 나비를 씻어내러 세차장에 가보았지만, 나비들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의식을 치르듯이 파삭하니 말라버린 수많은 나비를 하나씩 하나씩 떼어내 공중으로 날려 보내면서 나비와 함께 캘리포니아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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