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보다 긴 겨울을 보낸 탓인지 사막의 봄이 시작을 서두른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사막의 나무 오코티오가 기다란 몸을 꿈틀거리며 붉은 꽃을 쑤욱 내밀었다. 특별히 올봄엔 길고 가느다란 자신의 몸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오랜 추위로 주춤했던 봄의 시작을 재촉하는 듯하다. Fouquieria splendens 라는 속명을 가진 ocotillos 가 꽃을 피울 때면 마치 폭동의 붉은 깃발을 휘두르며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이웃 공터에서 오코티오 나무를 팔고 있는 한 젊은이를 만났다. 멕시코 국경도시 노갈래스에서 부터 싣고 왔다는 오코티오들이 뿌리를 들어낸 채로 흙도 없이 공터에 누워 있었다. 물 없이도 견뎌내는 사막의 나무답게 흙 없이도 며칠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처음에 두어 그루를 샀다가 다시 또 서너그루를 더 주문해 뒤뜰에 심고 봄을 기다렸다. 그 청년이 가르쳐준 데로 물도 주고 돌보았다. 마침내 긴 겨울을 기다려서 나무들이 짙푸른 채찍을 뚫고 붉은 꽃망울을 솟아 올렸다. 

우리가 오코티오를 좋아하는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사랑스러운 작은 새 허밍버드가 즐겨 찿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봄이면 오코티오는 작은 아빠 허밍버드로부터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덕분에 엄마 허밍버드는 마음 놓고 오코티오 꽃에 앉아 신선한 주스를 마실 수 있다. 오코티오꿀은 다른 꽃과 달리 향이 없어 다른 불청객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또 벌이나 다른 곤충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허용하지 않도록 꽃이 얇고 길어서 오로지 허밍버드만이 앉아 즐길 수 있는 특권도 허용된다.  

오코티오는 폭군 겨울에 거센 반란의 깃발을 휘날리며 정열의 불꽃을 터트렸다. 이제 막 시작에 오른 메마른 사막의 긴 여정 또한 두려워하지 않고 이겨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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