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2017
어제 일이다.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피닉스 공항에 친구를 픽업하러 I-10 W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있었다. 가던 중 갑자기 휴대폰에 더스트 스톰 경고 메시지가 떴다. 별거 아니겠지 무시하고 계속 운전하고 가다가 두 번째 경고를 받는 순간 벌건 더스트 스톰이 순식간에 나를 뒤덮었다. 순간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폭풍이 어찌나 센지 차가 흔들려 도저히 더는 운전할 수가 없어 도로 한편에 차를 세웠다. 갑자기 고속도로에 그렇게 많이 달리던 차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황량한 도로에 나만 남기고 모두 떠나 버린 것 같아 너무나 무섭고 지겹게 외로워졌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 첫 번째 경고를 받았을 때 가까운 출구로 빠져나가 피해야 했는데 엄청나게 바보짓을 한 것 같았다.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웠는데 차가 금방이라도 나를 싣고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휴대폰에 뜬 "stay alive" 경고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 같아서 아주 불쾌했다. 딸에게 전화해서 엄마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으면 바람과 함께 사라진 줄 알라고 유언 같은 이야기를 했다. 다리가 저리도록 아프게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가 갑자기 힘이 쭈욱 빠지더니 서서히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