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목 세일에 다녀온 다음 날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따가운 햇볕이 퍼지기 전에 나무심기를 마치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우선 초목들이 담긴 조그만 화분들을 들고 뒤뜰로 나가 빈자리를 찾았다. 자리를 정할 때는 각각의 초목이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고려한다. 키가 얼마나 자라는지, 그늘을 좋아하는지, 물은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등을 알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초목을 고를 때도 나름대로 조건이 있다. 우선 따가운 태양 볕에 잘 견뎌내고 물이 적은 사막의 기후에도 잘 버텨내는 애리조나 토박이면 좋다. 그들이 나고 자란 곳에서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론 일명 “ ground cover” 로 불리는 초목들을 선호한다. 그중 최근에 심은 “ Desert carpet acacia” 는 봄에 노란 눈송이 같은 꽃을 피우며 연중 푸른 잎으로 사막을 덮는다. 또 다른 하나로 요즘 내 시선을 끄는 “green lavender cotton” 이다. 사막에 걸맞지 않은 짙푸른 초록색을 띠고 솜 송이 처럼 땅을 덮는다. 이런 초목들은 사막의 동물들에 안전한 서식처를 마련해준다. 물론 터를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을 것을 제공해 주는 것 또한 우리가 원하는 조건이 된다. 귀엽고 에쁜 허밍버드나 나비들이 찾아와 꽃가루와 꿀을 즐길 수 있도록 꽃을 피우는 hummingbirds trumpet이나 Califirnia justitia같은 것이다. 요즘은 조건이 하나 더 붙었다. 토끼들이 꺼리는 초목이라야 한다. 예쁜 토끼들을 미워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연초록 잎들을 무자비하게 잘라 먹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맘이 아프고 약도 올랐다. 좋은 해결책이 없을까 여기저기 물었더니 홈디포에서 moth ball을 사서 토끼굴에 하나씩 던져 넣으라고 했다. 냄새도 그렇고 모양새도 그런 것이 어릴 때 할머니가 겨울이 되면 옷 서랍 갈피에 얹어 놓았던 좀약과 똑같았다. 그래도 토끼굴은 여전히 번성하고 행패도 심해졌다. 그래서 두 개씩 넣었던 moth ball을 세 개로 늘리고 나중에 나가보니 moth ball 세 개를 고스란히 토끼굴 밖으로 꺼내 놓았다. 마치 “ 우리 이런 것 싫어요.” 하면서 항의라도 하는 듯했다. 대책이 없어진 우리는 맞서느니 피하 자로 전략을 바꾸었다. 이번 세일에서도 토끼가 싫어한다는 표시가 붙은 노란 “dogweed” 나 보라빛  “ glandularia gooddingii” 가 얼른 눈에 띈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느새 따가운 햇볕이 중천으로 올라와 열기를 더하고 초목들은 모두 새 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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