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자가운전 시대라 많은 시간을 차에서 보낸다. 운전하며 동승자와의 대화는 기본이고, 음악을 듣거나 음료수 마시는 행동도 자연스럽다. 화장하고 면도도 한다. 운전하는 시간이 이처럼 여유롭고 평화스러운 듯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평소 얌전하던 사람도 운전대를 잡으면 난폭운전이나 신호 위반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간혹 얌체처럼 끼어드는 운전자가 있으면 막말도 하게 된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기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고개 숙인 운전자와 보행자가 늘어 문제다. 남가주 자동차클럽(AAA)은 '술 취한 채 운전하지 말고, 문자 보내면서 운전하지 말라'는 공익 광고를 내보낸다. TV 화면에서 자동차가 삐뚤삐뚤 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달린다. 중년의 남성이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 운전하는 뒷좌석에는 아이들 세 명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순간 술병이 핸드폰으로 변한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던 남성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공포에 질린다. 신호등은 어느새 빨간불로 바뀌었고, 앞차에는 졸업 모자와 가운을 입은 젊은이 네 명이 타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지만 이미 늦었다. 소름 끼치는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음, 차가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 그리고 비명. 해설이 나온다. 미국에서 핸드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인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로 하루에 9명이 죽고, 1000명이 다친다고 한다. 핸드폰을 보며 운전하는 것은 자신과 가족뿐 아니라 막 졸업식을 마친 청소년들의 미래를 망친다는 메시지다. 짧지만 실감나게 잘 만들었다. 자주 방영되면 좋겠다.
며칠 전에 10년 감수를 했다. 한적한 골목길에서 우회전하려고 우선멈춤 앞에 서 있었다. 인도에서 한 청소년이 열심히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며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렸지만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차를 돌리는데 순간,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차가 흔들렸다. 그 청년이다. 다행히 멈추었다가 움직였기에 속도를 내지 않은 상태고, 그 청년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그냥 가버렸다.
지인의 어머니는 90세지만 건강하고 씩씩해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사셨다. 어느 날 그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전하며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던 젊은이가 인도로 튀어 올라 그분을 쓰러뜨렸다는 것이다. 연세가 있어 금방 회복되지 않고 그 후로 건강이 나빠졌다는 말에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 운전자를 원망했다.
손안에 온 우주를 담는 것 같은 편리함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거북이 목이 된 운전자와 보행자들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휴대전화를 걸거나 받기 위해 3초만 앞을 보지 않는 것은 순식간에 30m를 졸음운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한다.
운전자는 운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짧은 순간 안이라 위험하다고 생각지 않지만 사고는 순간에 일어난다. 술 취한 채 운전하지도 말고, 문자 보내면서 운전하지도 말아야 한다. 운전할 때나 보행 중에는 고개 숙이지 말고 앞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