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마음-사모의 마음 13
-사모칼럼시리즈 13 (10/17/2003)-
둘째아들이 대학 기숙사로 떠나던 전날 밤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아들을 보낼 마음의 준비와 각오로 대충 물건을 챙겨주고, 내 방에서 쉬고 있는데 그 앤 한 두 살쯤 되는 아이만한 커다란 노란색의 곰 인형을 가져와 내 얼굴에 비벼주며 안겨 주었다. 나는 곰 인형을 보는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 웃으며 그 곰을 꼭 껴안아 주었다.
평소에 딸이 없어 우리 집은 아기자기한 맛이 없는데 막내아들은 가끔 어리광과 애교를 부리며 나를 웃겨주어 딸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소심하고 예민한 아들은 자기가 떠나고 나면 내가 쓸쓸해질 것을 미리 알고 나를 위로하기 위해 곰 인형을...... 그날 밤 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글 세편을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그에겐 한글이 서툴지만 제법 감정을 넣어 읽다가 어려운지 나중엔 나보고 읽어 달라고 한다. 엄마와 떨어져 혼자 살아가며 공부를 해야 하니 좀 불안하고 아쉬운 지 오랜만에 나와 정담을 나누며 내 옆에 오래 있어 주었다.
다음날 이삿짐을 싣고 두 시간 거리의 대학교 샌디에고 기숙사로 향했다. 가서보니 생각보다 넓고 깨끗한 방에 두 명씩 지내게 돼 있었다. 큰 아들이 세 명씩 있던 UCLA 기숙사에 비하면 꽤 양호한 편이다. 나는 얼른 침대 시트를 끼워줄 때 베개를 놓고 온 것을 알았다. 여분으로 가져온 담요를 둘둘 말아 베갯잇에 끼우니 그런대로 쓸 만했다.
아들은 자기가 다 할 테니 이제 가란다. “아- 휴, 여기는 참 시원하고 좋구나. 건강하게 잘 있거라. 전화나 E-Mail 은 매주 한번만 하고” 우리는 손을 잡고 기도를 마친 후 허그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용케도 눈물도 안 흘리고 집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그런데 밤새 허전했는지 다음날 새벽에 교회에 가서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제때 음식은 잘 먹고 지낼지, 신앙생활은 잘 하고, 아프지는 말아야 하는데,,, 등등. 그래도 기도를 하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연락은 매주 한 번만 하라고 해놓고 나는 매일 이메일을 열어보고는 답장도 없는 소식을 보낸다. 내가 서너 번 보내면 겨우 인사 한마디, “Hoi, Hoi, Smoi ” 스모이는 아들이 붙여준 ‘사모님‘의 애칭이다. 그리고는 필요한 것은 1,2,3,4,.... 로 나열한다.
그래, 기대를 말자. 이제부터 자녀가 떠나는 시작이다. 아들이 장가를 들면 얼마나 더할 것인가? 빨리 아들로부터 내가 먼저 독립을 해야지. 더 멀리 유학을 보낸 부모님들과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에 자녀를 보낸 부모 심정은 어떨까? 그러면서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이사를 하거나 학업을 위해 떠나보내야 했던 옛 교인들이 생각이 났다.
교인과 헤어질 때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던지, 부모가 자녀를 객지에 보내는 바로 그 마음이 아니던가, 그들이 지금도 건강하게 믿음의 생활을 잘 하고 계신지.....
부모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같이 있다 헤어지면 아쉬워 지고. 나도 예전에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