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사모 칼럼 시리즈 10 (8/22/2003)-

 

나야, 혜원 사모, 잘 있었어? 우리 또 만나야지…….” 일 년에 몇 번 듣는 전화 목소리지만 한결같이 다정하고 부드럽다. 나의 모교인 신촌성결교회의 교우 모임을 주선하고, 한국에서 오가는 많은 교역자들과 성도들을 섬기며 연락처가 되어주는 그 밝고 명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윌체어에 몸을 담고 있는 선배 K 집사님이시다.

 

십년 전 학생들과 기도하러 가던 중 교통사고로 목뼈의 손상을 입고 하반신이 마비가 된 후 제2의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선배 언니의 삶은 언제나 내게 큰 감동을 준다. 사고 당시 아니 그 후에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을 원망해야 했을까? 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않았으니... “이럴수가

사고를 당하는 순간, 앞이 깜깜하던 중에도 성경말씀이 자막처럼 생생하게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주님의 뜻과 섭리가 있던 일로 확신되어 지금도 그 말씀을 붙잡고 생활하신다. 그녀의 남편 역시 얼마나 너그러운지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운전자에게 괜찮다, 누구나 운전에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서로 부담 갖지 말고 살자. (운전자는 후에 목사님이 되셨다함)

 

언니의 새로운 삶은 통증으로 시작되는 고난의 날들이었으리라. 처음 2년간은 남편의 우울증과 9년간의 잠 못 이루는 나날들로 퉁퉁 붓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온 가족의 아픔과 함께 겪어야하는 통증 속에서도 그녀를 지탱시켜 준 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소망이었다고 한다.

 

순간순간 주님께서 주신 말씀 중에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라는 말씀이 있었기에 좌절하지 않고 물리 치료, 손가락 운동 등등...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혼자 식사도 하고, 글씨도 쓸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다. 이제는 하체를 혼자 드는 연습도 하고 계신다. 해마다 집사님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제는 잠도 잘 주무시고, 얼굴의 부기가 다 빠져 35년 전 내가 알던 그 밝고 총명한 선배 언니의 모습이다. 더욱 놀라운 그녀의 고백은 난 십 년 전의 나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비록 육체적 불편과 고통은 있지만 지금이 더 좋아, 그 이유는 더 풍성한 은혜의 삶으로-영혼의 자유로움과 감사가 넘치며, 남편과도 더욱 가까워졌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서로 바뀌어졌음은 물론, 내가 얼마나 복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 하는 것이다.

 

나보다 남의 아픔을 먼저 헤아리고 돕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사회사업과를 나와 YWCA에서 가정상담을 했었는데 제 2의 삶을 통해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과 용기를 주고 있으니……. 그녀를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삶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