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을 받고-사모의 마음 5 (02/28/2003)
“지금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실래요? 아니면 당장 응급실로 가실래요? “
의사의 말이 무섭긴 했다. 내 발로 응급실을 찾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갱년기가 오면 여러 가지 증세가 있다는데 내게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심한 두통과 빈혈, 저혈압으로 무슨 일을 지속해서 하기 힘들어 자꾸 누워야했다. 끙끙 앓으면서도, 집안일, 교회일, 학교일 등 빠짐없이 해도 하루 푹 쉬고 나면 그런대로 거뜬했었는데 이번엔 몇 주 지나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고 점점 까불어지는 기분에 혈압까지 떨어지자 잔뜩 겁이 났다.
라구나에 사는 친구와 그녀의 어머니까지 그게 좀 오래 갈 것이라며 찹쌀밥과 미역국, 뼈 고운 국을 많이 먹으라고 이것저것 싸주셨다. 심지어 히스패닉 상점에서 만난 어떤 교인은 닭고기를 잔뜩 사주시기도 했다. 내가 교인들에게 싸주고 해다가 주는 일이 익숙하고 기뻐야 하는데 이렇게 받아먹고 환자의 입장이 되니 영 나답지가 않다.
응급실에 들어간 그때가 추수 감사절 전날이었다. 두 주 후 2부 예배까지 드리고 와서 바로 누웠다. 누워 있으면서도 그날 나오지 않은 교인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 집사님은 오늘 왜 또 못 나오셨을까? 심방을 가야 할 텐데, 내가 먼저 누워 있으니 어떡하지?” 남편은 날 간호해주며 오늘은 그냥 푹 쉬라고 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 집사님이 일을 마치고 저녁에 우리 집에 오시겠다는 전화이었다.
나는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그 내외분을 맞았다. 내가 아프다니까 오셨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들어보니, “어젯밤 꿈에 목사님이 사막에서 혼자 울며 기도를 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는 것이다. 너무 이상한 꿈이어서 집안일로 교회는 못 왔지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되어 우리 집에 전화했고, 그래서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소꼬리를 사 들고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그동안엔 집안 행사가 많아서 주일 날 교회를 자주 나오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주일을 잘 지키시겠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얼마나 가슴이 벅차고 감사한지 그런 소리를 교인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기쁘고 반갑지 않은가. 그날 우리는 그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해드렸다. 그 후 나는 생각보다 빨리 회복이 되었다.
사실 성도의 병문안을 받는 일은 흔하지 않다. 교인들이 우리 집에 찾아올 일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난 가슴이 철렁하며 겁부터 났었다. 그들이 이사 가니까 이제 교회에 못 나온다는 말을 하러, 아니면 상담이나 어려운 부탁을 하러 오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픔을 통해 받은 병문안은 내게 큰 의미와 감동이 되었다. 노약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더 돌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바로 믿는 자들의 아름다운 품행을 통해서 교류되고 있음을 눈으로 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