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미국 애랑 결혼해도 되요? / 신혜원

-사모칼럼 시리즈 9 (7/25/2003)

 

우리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나 미국 애랑 결혼해도 돼요?” 라고 물어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엄마, 나는 한국말로, 부인은 영어로 서로 도와주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잖아요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이 이야기는 나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들 생각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니는 학교 어느 미국선생님의 딸을 마음에 둔 일이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들은 그 당시 한국 애들이 거의 없는 (뢰드렌드) 지역에서 살면서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그렇게 되어 가는가 싶어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집에서 열심히 한글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그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들을 혼자 한국에 내보냈다. 한국에 계신 조부모님과 양가의 친척들, 그리고 사촌 형제와 자매들을 만나고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뿌리와 자기 정체성을 알게 되겠지 하는 기대와 바람으로였다. 한 달 반 만에 돌아온 아들은 그 후 다행이도 자기가 미국사람이다 라든가 한국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말은 없어지고, 한자어까지 배워야 한다며 12학년 졸업할 때 까지 다녔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설교나 드라마는 거의 다 알아듣는다.

 

그러던 어느 여름방학 때였다. 그 당시 아들이 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며 일을 하고 있을 때여서 우리가 찾아가 만나야 했다. 이제는 여자 애들을 좀 사귀었으면 해서 너 아직 사귀는 여자 친구는 없니?” 했더니 있어요.” 하는 것이었다. 하도 반가워서 몇 가지 물어 보았더니 우리의 기대와는 영 다른 대답이었다. 차 안에서 우리 부부와 아들은 결혼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아들은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된다하고, 우리는 아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 저녁식사를 함께 끝낸 후 기숙사에 내려 주고는 우리가 씁쓸한 표정을 짖자 아빠 왜 그래요?” 한다. 아들은 우리의 마음을 다 읽었는지 그 후 조심스레 물어 보았더니 이젠 여자 친구 없다고 한다. 나는 아들을 믿으나 왠지 안쓰러웠다. 지금은 공부 하면서 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언젠가는 또 다시 겪어야 할 갈등이 될지 몰라서......

 

몇 달 전 시어머니가 된 친구에게 너는 믿음 있고 야무진 한국 며느리를 보아 참 좋겠다.” 했더니그래, 하지만 미국 애나 다름없어 얘한다. 아들이 결혼해서 떠난 후 좀 허전해 하는 눈치다. 결혼을 누구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어디에 가치관을 두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우리 아들이 과연 누구와 결혼을 하게 될 것인지에 더 신경이 써진다.

 

이민 오신 1세 부모님들이 1.5세나 2세 자녀들의 결혼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과 어려운 과정들을 겪어야 하는지……. 자녀들의 진정한 행복과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부모가 얼마나 이해하고 져줄 수 있는지, 그리고 자녀들은 무모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 보고 따라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벌서 자녀들의 결혼 문제가 우리의 절실한 기도 제목이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