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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뭉게 구름, 지상엔 구월의 자카란타.
파랑, 하양, 초록, 보라가 빚어내는 색채의 조화로움. 
작은 가슴 속엔 무지개빛 사랑꽃이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즐거운 출근길이다.
운전대를 잡은 손끝에 힘이 들어가고 만면에 미소가 퍼진다. 
오늘 하루,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오월에 왔다 금새 가 버린 자카란타. 
흐드러지게 핀 꽃을 출근 길에 쫓겨 사진 한 장 못 찍고 보낸 게 영 서운했는데 다시금 피어주다니.
그저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무성한 잎새 속으로 살포시 얼굴을 내민 자카란타 꽃이 운전하는 내내 눈 앞에서 어른댔다.
무심했던 탓인지 문외한이었던 탓인지, 난 늘 오월의 자카란타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월도 지나 중순인 오늘 아침 뜻밖에도 자카란타 꽃을 다시 만난 거다.
이건 완전히 서프라이즈 선물이다. 
푸른 하늘 흰 구름이야 캘리포니아인들에겐 일상으로 받는 선물이다.
하지만, 구월의 자카란타 꽃 선물은 흔치 않는 일이다.

보너스로 치면 최고의 보너스다. 
생각은 날개를 달고 자카란타 꽃의 이모작 인생으로 옮겨 앉는다.
자카란타 꽃의 이모작이라. 
꽃도 제 2의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데, 난들 이모작을 못할 이유가 있나.
아니, 삼모작 사모작인들 못하라는 법이 있나.
다 마음먹기지.
인생은 매번 연습의 연속이 아닌가.
어제까지의 삶은 오늘의 삶을 위한 연습에 불과한 것.
지나고 보면, 어제의 사랑도 오늘의 사랑을 위한 연습에 지나지 않는 거.
때문에, 새로운 사랑은 늘 첫사랑이 아니던가. 
모든 새 사랑은 그런 순정과 설레임으로 시작하는 거다.
오늘은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의 아이.
통통한 두 발 두 손 바둥대며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다.
볼그데데한 홍조를 띠고 눈을 반짝이며 배웃음 짓는 새 아기.
세상은 열려 있고 희망찬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한 필의 피륙이다. 
거기에 멋진 그림을 그리는 거다. 
이런 생생한 오늘에 비하면, 추억이 되어버린 어제는 어쩌면 야시장에 뒹구는 배추 씨레기에 불과한 것.

마냥 추억에 매달려, 오늘을 잃는다면 그야말로 시간의 낭비요, 인생의 허망함이다.

나도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아름다운 추억도, 괴로웠던 기억도 버려두고 오늘을 보듬자. 
사뭇,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정말 기쁜 일이 목전에 있는 듯, 시들시들했던 세포가 시퍼런 고등어 등줄기처럼 일어선다. 
구월의 자카란타야!
고맙다.
너로 하여 오늘 내가 즐겁고나.
뭉게뭉게 피어다오.
구름처럼 피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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