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도 빈 말인가 보다.
미동도 없이 떨림을 잊은 소나무 잔가지에 솔방울이 달려 있다.
한 가지에 태어났어도, 온 날 다르고 간 날 다르기는 우리네 생과 같다.
어떤 놈은 벌써 떨어지고 어떤 놈은 여지껏 대롱대고 있다.
마치, 마지막 잎새 경쟁이라도 하듯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우리 눈에는 너나없이 언제 떨어질지 그저 위태롭게만 보인다.
'바람아 멈춰다오'속으로 가만히 되뇌인다.
벤치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는 동안만이라도 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했다.
비록 새벽 등산길을 올라 호흡을 고르는 우리들지만, 땀이야 닦으면 되는 거 아닌가.
땀을 식히며 앉아 있으려니, 새 한 마리가 포르릉 날아 와 가지에 앉는다.
이 녀석, 오랫만에 왔다고 인사하러 왔나.
얼른, 전화기를 꺼내 들고 카메라를 오픈했다.
어렵쇼?
그런데 이 녀석, 날개를 착 접더니 솔방울처럼 가지에 붙어 버린다.
솔방울도 아닌 것이, 낙엽도 아닌 것이 사람 눈을 현혹시킨다.
그래도 곧 날아 가겠지.
아니면, 적어도 이 가지 저 가지 포롱포롱 날기라도 하겠지.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저도 힘든가 보다.
아예 푹 쉬실 모양이다.
날개를 접고 나뭇가지에 따개비처럼 붙었다.
할 수 없다.
멋진 사진을 기대하기는 틀렸다.
그래, 네 안락한 휴식을 위하여 바람도 나도 미동하지 않으련다,
가지 많은 나무에도 바람은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