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

 

김카니

 

이제 말을 안 해도 되는 시간이 왔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느껴보지도 못하고 또 조용한 밤이 찾아왔다. 무한한 시간이 흐르고 나의 밤은 밀물처럼 밀려와 내 곁을 지나 이름 모를 작은 섬으로 안고 간다. 파도가 쓸쓸한 바위에 나를 던지고 훌쩍 달아난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내게 하늘엔 구름이 붓이 되어 떠 있고, 산에는 이름 모를 나무의 흔들리는 손짓, 바다엔 출렁이는 파도가 친구 되어 위로해준다. 말이 필요 없는 그들과 그냥 마음만 오간다. 그동안 원치 않은 이별과 피하고 싶은 시련으로 수 없는 무기력을 경험하면서 남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고 사랑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랑도, 미움도, 근심도, 아픔도, 아무 두려움도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가진 것 모두 내 안에서 다 태워버리고 사랑한 단 한 사람의 기억도 지워버리려 한다. 돌이켜 보면 가슴에 담고 있는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려 지낸 허무한 시간이었다.

저 건너편에 보이는 세상과 사람들, 인생이 허망한 것을 아는지. 삶이 너무나 짧은 것을 알기는 하는 건지. 그동안 보이지 않는 것들에 미련을 접지 못했던 것을 다 내려놓고 비우면서 나 자신을 온전히 다독인다. 오늘도 묵묵히 저 멀리 바다 한 가운데 홀연히 빛나고 있는 작은 섬은 무언의 메시지로 나를 달랜다. 지금, 이 순간 모두가 외면하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그곳에 나는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