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종소리

 

시간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멀리서 은은하게 전자음으로 울려 퍼진다. 이 집에 이사 온 지도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툴지만, 종소리만은 익숙해져서 기다려진다. 도심 속 교회 종은 소음 문제로 이제 소리를 낼 수가 없어 지금은 거의 사라진 사람이 직접 종을 치는 소리가 아니어서 아쉽다. 소리가 사라져 가는 세상이 된 지금 그리운 기억으로만 남는다. 교회 종소리는 복음을 전파하는 목적도 있지만, 삶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기에 더 정겹다. 청아하고 은은한 멜로디로 도시의 틈새 안으로 스며들어 우리 곁에 머문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교회당. 새로운 도시를 감싸고 보호하듯 내려다보며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벽녘에 울리는 종소리는 전날 답답했던 가슴을 활짝 열어주고 새로 시작하게 만든다. 낮에는 삶의 소리로 들려오고, 저녁에는 바람과 함께 풀잎을 누비며 깨달음의 소리로 더욱 울림이 크게 들려온다. 바쁜 일상에서 소중한 무언가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한 마음을 감동과 깨달음의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 따뜻하고 진한 사랑의 소리,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주고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날은 뜨겁게 내 귀를 지나 가슴을 감싸준다.

종소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잠시나마 회계하게 만든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욕심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에 잘 조절하면 죄를 덜 짓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의지하고 노력한다면 성공한 것인데,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게 인간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에게 부족한 것만을 생각하고 욕심을 쫓아서 살아간다. ‘내가 남에게 준 것은 내 것이고 내가 남에게 주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다라고 들었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우리 곁을 지나간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삶이 바람결에 우습게 흩날리는 나뭇잎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삶이 내 안에서 빛을 향해 구체적으로 변해야 하기에 회개하고 기도한다.

잠시 삶에 지쳐있거나 육신이 아플 때는 종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스스로 감당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마음 안에는 기쁨이 생길 수가 없다. 종소리의 울림이 내 안에서 깨닫지를 못하고 있다. 깨달음이 없으면 귀가 열릴 수가 없다. 내 삶 속에 스며드는 생명, 빛과 같은 영혼의 울림, 내 안의 가슴속에서 숨 쉬고 있는 존재이다.

빛과 사랑의 종소리가 하루를 열어주고 또 하루를 마감하게 해준다. 울림을 주는 소리가 시간 맞추어 들리면 내 안의 가슴속에 작은 나라가 이루어진다. 사랑으로 인간을 만나게 하는 최초의 교감이 되기도 한다. 종소리는 늘 이렇게 내 가슴속을 파고든다.

가끔 힘들고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졌을 때 들리는 종소리는 내게 깨달음과 활력을 주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안에 갇혀서 지내다 보니 은은한 전자음의 멜로디가 마음에 정화가 되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그 소리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주 천천히 5분을 넘게 느릿하게 계속 울리는 정감 있는 소리, 투명한 소리, 아름다운 소리 언제부턴가 그 소리에 귀 기울여진다.

우리 함께 한곳을 바라보며 살았으면 하는 간절함이다. 오늘도 나의 메마른 가슴에 깨달음의 종소리가 울린다. 갑자기 숙연해진다. 세월이 흐르면 그리운 기억으로만 남을 아름다운 교회 종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