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hor Animal Hospital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중에../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
Lily 가 죽은 다음 마음놓고 여가를 즐기는 검정고양이../나의 집 앞뜰에서
나의 반려견
김수영
나의 반려견 릴리가 병이 났다.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아 키운 지가 18년이 되었다. 얼마나 예쁘고 착한지 내가 정성 들여 키웠다. 일 년 전부터 비실비실 활기가 없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심장이 조금 부어 있다고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약을 먹고 병세가 조금 호전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갑자기 기침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나 놀라 다른 병원엘 가 보았다. 친구가 소개해 주었는데 명의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늘 다니던 병원은 수의사가 미국 사람이었다. 친구가 소개해 준 수의사는 한국 수의사였다. 그는 아주 친절히 애완견의 아픈 증세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우선 X-ray를 찍고 CT Scan 을 해야 한다고 해서 모두 검사를 받았다. 수의사께서 컴퓨터를 열어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면서 나의 애완견의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지금 병증세가 마지막 단계라고 했다. 우선 두 가지 약을 처방해 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침저녁으로 약을 정성껏 먹였다. 놀랍게도 약 효능을 보아 아주 좋아져서 기침 횟수가 줄고 활기를 좀 찾는 것 같다. 그동안 밥도 잘 안 먹었는데 식사도 꽤 잘해 여간 고맙지않다. 수의사님은 숨이 차도록 운동을 시키지 말고 심장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삼가야 된다고 조언해 주었다.
며칠 전에는 수의사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애완견의 병세를 물어보았다. 증세가 많이 좋 아진다고 했더니 참 다행이라며 잘 간호하라며 당부를 했다. 미국에서 꽤 오래 살았지만 수의사가 직접 집으로 전화해서 아픈 개의 병 상태를 물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친구의 소개 말처럼 명의 임은 틀림없다. 참 고마운 수의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잘 동물을 돌보아 주니 병원이 보호자들로 꽉 차서 무려 3시간이 걸려 진료를 받게 되었다.
일주일에 몇 번씩 공원에 데려가며 오며 산책 했는데 심장에 무리가 갈 까 봐 일주일에 한 번만 산책한다. 호수에서 놀던 오리들이 밖으로 기어 나와 호수 주위를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면 짖어대는 릴리가 흥분해서 심장에 무리가 갈 것 같아 자주 못 가게 된 것이다.
뒷마당에는 아주 큰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드나든다. 뒤쥐(gopher)가 뒷마당을 가끔 파기 때문에 아주 성가셔 고양이가 오는 것을 내 버려두었다. 고양이에게 밥도 주고 물도 주면 먹고 뒷마당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뒤지가 얼씬도 못 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나는 해야 한다. 고양이가 아주 새까만 검정고양이기 때문에 보기가 섬뜩하기 때문이다. 에드가 알런 포의 검은 고양이가 연상 되곤 한다.
덩치가 큰 이 고양이가 뒷마당에 서성이면 릴리가 보고 흥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집안에서 난리다. 페디오 문을 열어 주면 쏜살같이 고양이에게로 달려든다. 고양이는 으러렁거리며 두 앞발을 휘두르며 릴리에게 달려든다.
작은 개 페니도 질세라 고양이에게 달려들지만 번번이 위협당하고 물러나고 만다. 이 고양이도 배포가 보통이 아니다. 애완견 두마리가 달려드는데도 꼼짝도 않고 발톱으로 할퀴려 끈질기게 달려든다. 결국 나의 애완견 두 마리는 뒤로 물러나고 만다.
릴리가 흥분하면 숨을 헐떡이기 때문에 병새가 더 악화할 수 있어서 고양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고충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고양이는 시커먼 몸체를 드러내며 왕자가 군림하듯 나타나곤 한다. 이제는 먹이도 안 주기로 했다. 뒤쥐가 나오든 말든 릴리를 생각해 먹이를 주지 않는다.
릴리는 심장이 크게 붓고 폐에 물이 차 있어서 숨 쉴 때 온몸이 들먹이는 것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고양이가 아무리 뒤 마당에서 서성이더라도 못 본 척 그냥 있으면 좋으련만 그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무법 침입자에게서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생결단 짖어데고 달려드는 모습이 가상하고 기특하고 눈물겹다.
나의 반려견 두 마리가 달려 들어도 뒤로 물러가지 않고 발톱으로 할퀴며 끝까지 버티는 고양이 앞에 주저앉아 쳐다만 보고 있는 두마리 나의 애완견. 죽음을 앞둔 릴리는 끝까지 뒷마당을 지키고 있다. 그곳에서 고양이에게 짖어대다가 죽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주인을 지키겠다는 충성심이 지극정성이다.
나는 주님께 대한 충성심이 지극정성인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고마운 나의 반려견, 릴리야!
18년을 살았으면 오래 살았네요. 가족처럼 오랫동안 지내온 릴리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니 마음이 아프시겠네요. 그토록 충성만 하면서 떠나가는 릴리, 인간이 그런 마음을 닮는다면 이 세상은 주님이 원하는 세상으로 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