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물을

흘러가게 하고

 

구름은 하늘을

흘러가게 하고

 

꽃은

바람을 흘러가게 한다

 

하지만

슬픔은

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그 일을 오래 슬퍼하다 보니

 

물고기는 침을 흘리며

구름으로 흘러가고

햇볕은 살이 부서져

바람에 기대어 떠다니고

 

꽃은 하늘이

자신을 버리게 내버려 두었다

 

슬픔이 내 몸에서 하는 일은

슬픔을 지나가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

 

자신을 지나가기 위해

슬픔은 내 몸을 잠시 빌려 산다

 

어린 물고기 몇 내 몸을 지나가고

구름과 하늘과 꽃이 몸을 지나갈 때마다

무언가 슬펐던 이유다

 

슬픔은 내 몸속에서 가장 많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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