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뜰에 찾아온 가을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뒤뜰이 궁금해 슬리퍼를 끌고 나가본다. 바뀌는 계절을 나만 느끼는 건 아니리라. 나무도 꽃도 잔디도, 풀장의 물도 이 가을을 어떻게 맞이할까.
작은 꽃봉오리를 소복히 안고 있던 국화는 가슴을 활짝 펼쳤다. 태양이 여기로 내려왔다. 노랑, 빨간 태양이 축제라도 즐기는 듯 온 마당이 환하다.
감나무에게로 가본다. 올 봄에 심은 작은 나무다. 해마다 온통 하늘을 주황색으로 덮을 기세로 감을 키워내던 옛집의 나무. 그 감나무가 그리워 들여다 심은 새 식구다. 정성껏 물을 주었더니 제법 키가 자랐다.
잎사귀 가장자리가 누릇누릇 시들었다. 단풍이 들 처지가 못 되나 보다. 비실한 가지 사이로 주홍빛이 살짝 비친다. 고개를 디밀어 보았다.단단히 여문 감 하나가 달렸다. 주인의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려는 듯, 이것 하나라도 키워내려고 안간 힘을 쏟았나보다. 물기없이 마른 잎파리 몇 개를 겨우 걸친 나뭇가지가 감 하나는 통통하게 잘 키웠다. 어려운 살림살이를 엮으며 자식하나 잘 키운 장한 어미를 보는 것 같다. 오늘 축제의 주인공은 단연 비쩍 여윈 감나무다. <퓨전수필 2018.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