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조(The Bird of Paradise) 피는 겨울

첫집에 살 때 현관 입구에는 극락조 꽃나무가 있었다. 주홍색으로 뻗은 새 깃털 모양과 독특한 남보라색의 꽃술모양은 힘찬 새의 날갯짓 같아 신비로웠다. 오래전 대전에 살 적에 꽃꽂이 사범자격증을 따려는 대학후배가 권하는 바람에 나도 꽃꽂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 만난 꽃인데 한 송이 값이 얼마나 비쌌는지 모른다. 아마 상상의 극락에 사는 새가 있어 그렇게 꽃 이름이 붙여졌나 하고 추측을 했었는데, 샌디에이고에 와보니 실제로 우리 집에 꽃나무가 있어 엄청 기뻤다.

한국에서 더위와 추위를 경험하며 살았는데, 이곳은 말이 겨울이지 때론 낮의 기온은 섭씨 30도가 넘는 여름날씨이다. 일 년 열두 달이 거의 파란 하늘이어서 날씨가 좋아 늘 천상이고 극락이라며 감사했다. 게다가 극락조 꽃까지 보는 겨울이니 행복은 두 배이다. 이 집으로 이사 오며 몇 가지를 뽑아 가지고 왔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번 뿌리가 땅에 내리면 좀처럼 잘 뽑히지 않아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또한 퍼져나가는 번식력도 놀랍다. 거의 물을 주지 않는데도 병충해 없이 잘 살아가는 꽃나무이다. 겨울비를 흠뻑 맞고 1월이면 뾰쪽한 긴 꽃대가 올라온다.

또, 아직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극락조라는 새가 있다는 소식에 나는 더욱 놀랐다. 뉴기니섬과 호주에 40여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무지한 원주민들은 새를 잔인하게 죽여 그 깃털을 장식품으로 사용했다는 슬픈 사연도 있다. 고맙게도 자연을 탐구하는 사진작가들이 고생하여 만들어준 극락조 새들의 울음소리와 우아한 동영상 작품을 난 인터넷으로 보았다.

수컷은 오랜 시간 암컷에게 구애를 한단다. 가지가지 멋진 깃털을 가진 수놈은 온갖 재롱을 부리며 암컷을 꼬드겼다. 그 희귀한 영상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공작새처럼 날개를 활짝 펴서 춤을 추지를 않나. 요상한 노랫소리로 한참 동안 날개를 만들어 부채질을 하질 않나. 더듬이 같은 거로 사랑마크를 만들질 않나.

우리가 한 번도 안 가 본 깊고 적막한 숲속 극락에서 새들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자기들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애처롭게 불러댔으니 수컷의 목청은 또 얼마나 피곤할까. 사랑을 위하여 모두를 바치는 멋진 남자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새가 극락조라고 전해진다.

암컷이 둥지를 혼자서 만들고 새끼를 키운다고 하여 참 불공평한 새라고 나는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세상의 너그러운 여인들처럼 희생적인 암컷 극락조의 부부사랑을 이제야 알 것만 같다. 생물이나 인간이나 나름대로 잘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에 저절로 내 고개가 끄덕거린다. 이름이 곱슬머리 극락조는 몸길이가 45센티미터로 가장 큰 새로 알려져 있다. 불멸과 멋진 정열을 가진 새들의 지저귐을 듣고 또, 꽃 극락조를 바라보며 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있는 내가 바로 천상과 극락에 살고 있지 않은가.

출처 : 월드코리안뉴스(http://www.worldkore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