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에세이’를 읽고 / 이정호
재미수필문학가협회 모임에서 ‘내가 그린 에세이’ 라는 책을 받았다. ‘그린 에세이’를 통해 등단한 문우들이 모여 책을 만들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LA에 사는 문인들도 많았고 캐나다에 사는 문인들도 있었다. 세계 여러곳의 사람들이 모여서 펴낸 책에서 그들의 다양한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김선호의 ‘창을 열며’에서는 거리에서 시각장애인을 만났는데 그에게서 교훈과 도전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도우미없이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망우리에서 혜화역까지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다니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은 나로서는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많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짦은 만남’에서는 거리에서 러시아에서 온 배낭 여행족을 만났는데 그들은 돈이 다 떨어졌다. 그들에게 원주로 가는 표를 사주고 저녁 사먹으라고 약간의 현금을 쥐어 줬다고 한다.
김규련의 ‘5달러의 행복’에서는 은퇴후에 5달러로 타코를 사먹으며 탁구를 치고 수영을 하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오빠생각’에서는 자기를 아껴주던 오빠 때문에 희망을 갖고 미국에 왔는데, 그런 오빠가 대왕코너 나이크클럽 대형화재로 목슴을 잃은 뼈아픈 기억도 있다.
안선자의 ‘비오는 날에도’에서는 사랑으로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어느날 딸애는 자살을 시도하였다. 제발 살아만 달라고 얼마나 간절히 눈물로 기도하였던가. 깨어난 딸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하고 나를 불렀을 때, 기쁨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용문사에 갔을 때다. 냇가 바위에 걸터앉아 준비해 온 도시락을 함께 먹고 있는데 “엄마, 냇물이 맑고 깨끗해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 엄마, 나 여기까지 데리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몇 년 만에 들어보는 정상적인 언어인가! 순간 눈물이 왈깍 쏟아지면서 가슴에 뜨거운 감동이 솟구쳐 올라왔다. ‘ 라고 말한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이기도 한 김카니는 ‘마이타이 한 잔’에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이 정한 틀안에서의 일탈은, 때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녀는 기내에서 마이타이 한 잔을 주문했다. ‘한 잔의 마이타이가 앞으로의 내 삷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있다. 이제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내가 못해 본 것, 안 해 본 것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라고 말한다.
‘값비싼 칼국수’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아서 속앓이를 했지만 결국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S가 큰 돈을 빌려간 후로 일주일이 지났는 데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인타운에 있는 칼국수 집에서 우리 부부에게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그동안 고생하고 살아온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 뿐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의 돈을 빌렸다고 했다. 그중 형편이 어려운 사람의 순서대로 갚았다고 했다. 첫 번째는 교회의 연세가 많으신 권사님, 두 번째는 목사님 사모님, 세 번째로 내 돈을 갚은 것이다. 그 날 우리 셋은 그 어떤 값비싼 요리보다 더 값진 칼국수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라고 말한다.
김종걸의 ‘인간애와 법의 틈 바구니에서’는 경찰관의 고뇌를 말한다. ‘인간적으로는 학생을 방면하고 싶은데 자전거를 몰래 훔쳐 간 행위는 죄가 되고, 참 난처했던 밤이다. 그날 밤 문득 떠오른 어머니의 당부 말씀을 되새기면서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으로 학생을 이해하고 방면하기로 결정했지만, 사실 인간애와 법의 틈 바구니에서 내 마음은 더 아팠다.’라고 말한다.
이양자의 ‘내 간이 더 좋아요’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딸들의 사랑을 표현한다. ‘암에 걸린 남편에게 내 간이 더 좋다며 서로 간을 떼어 주겠다고 애원하는 딸들에게서 느껴지는 짙은 가족애와 연대감으로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게 솟아 오르는 게 있다. 그것은 수술이 잘될 거라는 희망과 어떤 어려움도 우리 가족들이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그린 에세이’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그들의 연대감과 정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 부럽다. 앞으로 또 그들이 만들어 낼 인생의 이야기가 다시 나올 때를 기대한다.
이정호 선생님, 그림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깊은 경험과 감동을 주는 수필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