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원 문집 '이 아침을 어찌 넘기랴'를 읽고 / 이정호
동네방 모임이 강남회관에서 열렸다. 그곳에서 신혜원 선생님에게서 신혜원 문집 '이 아침을 어찌 넘기랴'를 2주후에 열리는 출판 기념회에 앞서 받았다.
수필집은 한권의 책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흥미롭고 진지하게 풀어 가는 것이다. 책으로 그녀의 인생을 만난다는 것은 가슴 벅차고 설레는 일이다. 신혜원 문집에서 그녀가 살아온 길을 엿볼 수 있다.
그녀는 목사 사모로서 권위와 체면을 떠나서 진솔하게 경험과 생각을 책에 담음으로써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처음에 내키지 않았던 사람을 어머니의 기도와 또 그와 같이 설교를 듣던 중에 새로운 그의 모습을 발견해 결혼을 하게 된 그녀는 오빠가 초청해서 1981년 미국으로 이민 왔다. 남편의 개척교회 재정을 돕기 위해 신도가 감을 팔아 헌금으로 하고 싶다는 제의로 자존심을 버리고 이곳 저곳 돌아 다니며 감을 판 그녀의 헌신이 엿보인다. 여고 3학년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독교 교육에서 그 신앙의 뿌리가 있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혼자 살아가기에 나약한 동생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에 심한 우울증에 걸려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때도 있었다. 그러나 텃밭을 가꾸는 농부의 마음으로 동생을 다시 기르듯 조금 더 정성을 쏟아 부으면 언젠가 마음의 꽃밭은 가꾸어 지리라는 희망으로 우울을 극복해 나간다.
‘백두산의 폭발’은 흥미있는 수필제목이다. 이것이 무엇일까 궁금증을 일으켰다. 가족처럼 지내는 할머니 연세가 백두 살이 넘어 백두산이라 부른 것이다. 백두산 할머니와 그 딸과 함께 크루스 여행을 했는데 백두산이 딸에게 말하며 폭발해 버린다. “화장실 갈 때마다 네가 휠체어를 밀어야지 너는 뭐하고 남에게 다 하게 해? 네가 사람이니? 사모님한테 얼마나 미안한 줄 알어?”
신혜원 작가는 맛있게 익은 김치처럼 푹익어서 누구를 한번 살맛나게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김치처럼 적어도 여섯번, 일곱번을 죽어야 하지만---
‘이 아침을 어찌 넘기랴’ 수필에서는 아무도 타지 않은 승강기에 실어 놓은 생선 봉지가 먼저 문을 닫고 올라가 버려 잃어 버렸는데 이틀만에 문앞에 놓여 있었다. 따뜻하고 친절한 이웃이 주는 마음의 감동은 결코 물질의 크기에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 여운으로 아침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말한다.
‘풀잎 사이로’ 시에서는 ‘낮아져, 낮아져 풀잎 사이로 걸을 수 있다면 그들 사이의 대화를 들을 수 있고 푸른 꿈을 나눌 수 있을텐데’ 라고 말한다.
남편은 ‘한 영혼을 위해서라도 내가 존재한다.’라는 신념으로 목회를 해왔다. 교인수에 얽매이는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남편이 얼마나 진실한 목회를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신혜원 문집은 8남매의 가족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의 기도와 사랑으로 자라나며 미국에 이민 온 후 힘든 역경을 그녀가 어떻게 극복해 왔는 가를 보여준다.
저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책 한권에 담겨있는 작가의 인생이 정말 고귀하네요!